이상 앞의 현실… 이강인 A매치 데뷔할 수 있을까

입력 2019-03-22 12:00 수정 2019-03-22 12:00
축구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이강인이 19일 오후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국제축구연맹(FIFA) 3월 A매치 데이를 위해 모두 27명의 정예요원을 불러들였다. 23명도, 25명도 아닌 27명. 가능한 많은 선수들을 소집했다. 여러 원석을 직접 눈으로 살펴보며 옥석을 가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벤투 감독의 열정과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소집 인원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강인도 그중 하나다.

축구에서 선발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오직 11명. 교체카드 6장을 모두 사용해도 그라운드를 밟을 기회는 최대 17명에게 주어진다. 이번에 불러들인 27명 전원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강인도 예외는 아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조현우와 이승우도 벤투호에서 만큼은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고집이 세다. 한번 신뢰를 준 선수를 계속해서 믿고 기용하는 편이다. 유기적인 전술 변화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베스트 11 명단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강인에게 이달 A매치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실전이 됐든, 훈련이 됐든 벤투 감독에게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첫인상이 중요하다.

이강인은 19일 생애 첫 성인 대표팀에 승선한 소감을 밝혔다. 소속팀 스페인 발렌시아의 경기 일정으로 선배들보다 하루 늦게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하는 자리에서였다. “대표팀 경기를 거의 다 챙겨봤다. 어느 포지션이든 열심히 뛰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었다. 그 자리가 제일 편하다”고 힘줘 말했다. 벤투 감독에게 자신이 뛰고 싶은 포지션을 은근하게 어필한 셈이다.

축구 대표팀 손흥민, 이강인이 20일 경기도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강인은 소속팀 발렌시아에서 주로 오른쪽 미드필더나 왼쪽 측면 스트라이커로 나섰다. 공격적인 성향이 짙다. 직선적인 플레이보단 곡선적인 움직임이 좋으며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강인이 노려볼 수 있는 자리는 벤투 감독의 4-2-3-1 포메이션 중 앞선 미드필더의 ‘3’라인이다.

이 포지션은 대표팀 내부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경쟁이 치열하다. 구자철과 기성용이 팀을 떠나가고 남태희 역시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출중한 선수들이 많다.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이청용, 이재성, 권창훈, 이승우, 황희찬, 나상호, 황인범, 백승호 등이 나설 수 있다. 이처럼 2선 라인에 집중적으로 많은 선수가 소집된 것은 벤투 감독이 중원 장악력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강인이 가장 선호한다고 밝힌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손흥민을 측면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이재성과 이청용이 꿰차고 있다. 실력으로 이들을 넘어야 하지만 쉽지 않다. 모두 대표팀에서 뼈가 굵은 고참급 선수다. 이강인이 당장 넘기는 힘든 베테랑들이다. 황인범도 스스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강인이 선발로 나서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이강인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자신의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불러들인 만큼 후반 교체로나마 출전 시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훈련 과정에서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