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동영상’ 문제의식 상실한 교수들…부끄러운 지식인사회

입력 2019-03-21 17:53 수정 2019-03-21 18:07


최근 대학 교수들이 이른바 ‘정준영 동영상’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일부의 사례지만 지성인으로 대접받는 교수들이 ‘상아탑’에서 지식권력에 취해 지내다가 불법적인 몰래카메라 촬영에 대한 문제의식마저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폴리텍대 대전캠퍼스는 최근 수업 도중 “나에게 ‘정준영 동영상’이 있다면 남학생들에게 보여줬을 것이고 남학생들도 좋아했을 것”이라고 말한 A교수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 21일 밝혔다.

해당 교수는 동영상과 관련된 수업 도중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학생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학교 측은 사실관계 확인 후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 한국폴리텍대는 직업교육훈련에 특화된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특수대학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클럽 ‘버닝썬’ 사태가 몰고 온 마약 유통 및 성범죄, 불법 동영상 파문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이낙연 총리 역시 “불법 영상 촬영과 유포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정준영 동영상’과 관련된 교수들의 성인지 불감증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한국외국어대에서도 교수가 가수 승리와 정준영에 대해 “공인이 일하는 게 힘들면 그런 게 분출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도 한 외래강사가 “야한 걸로 동영상을 구해서 켜 놓으려는데 못 구했다”고 말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학생들은 SNS를 통해 “정준영 동영상은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불법 촬영물인데 교수 발언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동국대 측은 해당 강사를 해촉하고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교수가 “버닝썬 무삭제 영상이 잘리기전에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 등의 ‘2차 가해’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리아 사무국장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농담삼아 말하던 시대에 갇힌 교수들이 사회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교수들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적극적인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