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 위원장직을 맡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 복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반 전 총장이 21일 오후 2시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뒤 연 기자브리핑에서는 미세먼지 범국가기구 성과와 정치 복귀 가능성을 연관짓는 질문이 나왔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이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한 채 미세먼지 대책기구의 성격에 대한 질문에만 답변했다.
이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잊어버리고 답변을 안 한 게 아니고 일부러 답변하지 않았다”며 “그 이야기는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아 불가능한 일을 하려 한다는 뜻의 ‘연목구어’에 빗대 미세먼지 대응과 정치 복귀는 무관하다는 걸 강조한 셈이다. 반 전 총장은 또 “반기문 재단을 이번에 만들었는데 정관에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뒤 2017년 19대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지만 귀국 20일만에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기구를 처음 제안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여야 모두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전 국민과 계층을 아우를 수 있다”며 반 전 총장을 위원장에 추천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손 대표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면서 향후 반 전 총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쏠렸다.
반 전 총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오는 26~29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미세먼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보아오포럼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국제회의다.
그는 “제가 보아오포럼 이사장으로 있기 때문에 직접 관여를 하게 된다”며 “이낙연 총리가 리커창 중국 총리와 양자간 정부 협의를 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저도 이사장으로서 리커창 총리와 자연스럽게 자주 만날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머지 중국 지도자들과도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알지만 리커창 총리 외에는 아직 확정된 게 없어 제가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보건과 에너지, 자동차산업, 국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문제”라며 “경제주체와 사회집단 사이에서 이해가 다양하게 엇갈릴 수 있다. 우리 모두 한 발자국씩 물러서야 숨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