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27일 서울 동대문 구장에서 KBO리그 첫 경기가 개최됐다. 삼성 라이온즈와 MBC 청룡의 개막전이었다. 시구자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잠실 구장에서 열린 OB 베어스와 MBC 청룡 간의 개막전 시구는 이원경 당시 체육부 장관이 맡았다.
1984년 개막전 시구에 나선 이들을 보면 체육부 차관을 비롯해 서울시장과 인천시장이었다. 1985년 3월 30일 삼미 슈퍼스타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 개막전에는 언론사 사장이 나섰다.
연예인 최초의 개막전 1호 시구자는 배우 강수연이었다. 1989년 빙그레 이글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무등 개막전에 시구자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같은 날 잠실 구장에서 열린 MBC 청룡과 OB 베어스 경기 시구자로는 OB 성인회원 1호 구단팬이 등장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 관계 인사들이 이후에도 시구자로 나섰다. 1994년 쌍방울 레이더스와 OB 베어스의 개막전에는 어린이팬이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1995년 4월 15일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잠실 개막전 시구자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었다. 탤런트 채시라는 1996년 삼성과 OB의 잠실 개막전에 시구자로 등장했다. 탤런트 한석규는 1998년 현대 유니콘스와 LG의 잠실 개막전 시구자로 나왔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시구자의 직업도 다양해졌다. 2001년 해태와 두산 베어즈의 잠실 개막전에는 해외 입양아가 시구자로 나섰고, 가수 비는 2004년 한화 이글스와 현대의 수원 개막전에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방송인 김제동씨도 롯데와 삼성의 개막전이 펼쳐진 대구 구장에 등장했다.
2006년 4월 8일 LG와 두산의 잠실 개막전에는 미국 슈퍼볼 MVP였던 하인스 워드가 등장했다. 같은 날 문학 구장에는 8세 인하대 입학 소년이었던 송유근씨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대전 구장에선 구단 마스코트가 시구자로 나서기도 했다.
2010년 넥센 히어로즈와 롯데의 사직 개막전에는 걸그룹 포미닛 멤버인 현아가 등장했다. 이후 배우와 개그맨, 아나운서, 만학도 부부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개막전에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이상화, 가수 유노윤호, 배우 박해수 안창환 등이 시구자로 나섰다.
프로야구 태동기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인사들이 줄지어 개막전을 찾았다. 다분히 표를 계산한 정치적 행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들고 마운드에 오른다. 흐르는 역사와 함께 시구자의 면면도 다양성을 띠며 변해가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