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봐주기 수사 정황들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과거 수사에서 김 전 차관에게 적용할 수 있는 특수강간 혐의와 뇌물수수 혐의가 모두 누락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검찰에 요청한 출국금지 요청도 두 차례나 반려됐으며 관련자들의 통신 조회나 압수수색 영장도 10차례 가까이 기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와 YTN 등은 경찰이 2013년 3월 여러 명의 여성이 조사에서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자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하고 김 전 차관에게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3월 28일과 4월 23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국금지를 신청했지만 반려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여성들의 말을 믿을 수 없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경찰은 이틀 뒤인 4월 25일 출국금지 신청을 요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의 혐의에서 특수강간을 빼라는 검찰의 지휘를 받고 그대로 수사 기록을 바꿨더니 출국금지가 받아들여 졌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또 “별장 주인 윤중천씨 등 김 전 차관 관련자들에 대한 통신 조회나 압수수색 영장 등도 검찰이 10차례 가까이 기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세 차례의 경찰 소환 통보에 불응한 뒤 돌연 입원했다. 경찰이 조사를 위해 병원을 찾아갔지만 김 전 차관은 “윤중천과 피해 여성을 모른다”고 일관했고 이후 김 전 차관의 거듭된 조사 불응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 역시 기각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특수강간이 아닌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조차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며 뇌물 혐의를 배제했다. 진상조사단은 수사 당시 시효가 충분히 남았고 김 전 차관의 휴대전화나 계좌를 압수수색하는 기본적인 수사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수사가 미진했다고 지적했다.
뇌물수수 혐의의 공소시효는 최대 10년으로 동영상이 촬영된 2008년 2월을 기준으로 하면 11년이 지난 상황이어서 혐의를 입증해도 처벌은 어려운 상태다. 그러나 특수강간 혐의의 경우 2007년 12월 21일 공소시효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나 이를 적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