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3)씨 부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씨의 동생 희문(31)씨가 사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00만원을 받기 위해 중국 동포 3명을 동원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금액으로 보면 중국 동포 3명을 동원하는 비용도 적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라며 사건 당시 이씨의 부모가 보관하고 있던 현금 5억원에 주목했다.
이씨의 부모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34)씨는 “이씨 부친이 2000만원을 빌려 가고 갚지 않아 범행했다”며 “공범인 중국 동포 3명은 구인·구직 사이트를 통해 경호원으로 고용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일 구속됐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채무·채권 관계에서 인명 피해가 나는 사건들은 대부분 돈을 빌려 간 사람이 돈을 빌려준 사람을 살해하는 식으로 일어난다”며 “그런데 지금 이 사람(피의자 김씨)의 주장은 돈을 빌려 간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상환을 받을 수가 없게 되는데 과연 그렇게 해서 노부부를 살해할 이유가 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범행 당시 이씨의 부모 집 안에 현금 5억원이 있었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씨 일행은 이씨의 부모를 살해한 뒤, 집 안에 있던 현금 5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이 돈은 이씨 동생 희문씨가 이씨의 외제 차량 ‘부가티 베이론’을 판매한 대금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문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25일 해당 차량을 매각하고 15억원을 받아 10억원을 챙긴 뒤,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이씨 부모는 돈 가방을 들고 경기도 안양의 자택으로 돌아왔다가 김씨 일당에게 변을 당했다.
이 교수는 “피의자가 이씨 동생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 안 하고 있다. 5억원이 그 집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정도의 관계면, (2000만원을 받으러 갔다가 5억원을 가지고 온 것이) 그냥 모르는 사람이 우발적으로 저지를 우연에 의한 결과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가족이긴 하나 동생도 수사 선상에서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범인들하고 피해자의 자손인 아들과의 관계가 무연고일 가능성이 굉장히 희박해 보인다. 아마 (동생도)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이 범인과 동생이 공범이다. 이렇게 보기는 굉장히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김씨 일행은 이씨 부모를 살해한 뒤 아버지의 시신은 냉장고에, 어머니의 시신은 장롱에 각각 유기했다. 공범 3명은 당일 오후 6시10분쯤 현장을 벗어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경찰은 인터폴에 이들 3명에 대한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들의 범행은 16일 “부모님과 전화가 안 된다”는 희문씨의 신고를 받고 이씨 부모의 집으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경찰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17일 오후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희문씨는 불법 투자 유치 등의 혐의로 2016년 형과 함께 구속기소됐으나 지난해 11월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