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문제 인권위 첫 제소, ‘환경 정의’가 도대체 뭐길래?

입력 2019-03-20 19:06

환경운동연합이 오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미세먼지 관련 진정서를 제출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인권 문제로 확장하고, 정부의 강력한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헌법 제35조 1항에 모든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고,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돼 있다”며 “미세먼지로 인한 공포와 피해는 이 국가에 사는 한 피할 수 없기에 보편적인 문제다.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그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사회 정의와 불가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해 환경 정의를 실현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환경 정의는 다소 낯선 개념이다. 법조계나 정치계에서만 추구하던 정의가 환경까지 옮겨왔냐며 의아해하는 시민들도 있다.

환경정의는 국민 개개인의 환경권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환경복지보다 심화한 개념이다. 환경복지는 모든 계층에 환경의 혜택이 골고루 제공된다는 평등의 의미만을 지닌다. 하지만 환경정의는 환경복지의 개념에 계층에 따른 불균형적 환경부담과 환경혜택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환경복지에 공정과 정의가 합쳐진 셈이다.

환경정의는 분배적 정의, 절차적 정의, 교정적 정의로 나뉜다. 분배적 정의는 환경유해시설 혹은 환경편익시설 등 환경 전반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분배돼야 한다는 원칙을 뜻한다. 환경복지와 비슷한 개념이다. 절차적 정의는 환경정책 의사결정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의미 있는 참여기회를 보장했는지와 시민들이 받은 정보가 충분한지를 판단한다. 교정적 정의는 환경오염 가해자에 대한 처벌 형평성 보장, 피해자 구제 실태 파악, 환경비용분담의 형평성 준수 여부 등을 따진다.

미세먼지 문제 역시 세 가지 정의로 파악할 수 있다. 분배적 정의는 농촌과 도시, 녹지 환경 접근 용이성, 계층·세대 간 평등 같은 의제로 판단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도 당연히 환경정의에 포함된다.

절차적 정의는 정보공개, 환경 정책 참여율 제고 등으로 실현할 수 있다. 만약 환경정보 공개 요청이 거부 됐다면, 국가는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법원 또는 재판소 설치를 고려해볼 수 있다. 미세먼지 문제에 시민사회의 의견을 밝힐 세미나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된다.

교정적 정의는 피해자 구제, 재정부담 형평성 부여 등이 의제다. 2018년 6월 실시된 환경오염 피해구제법 제정이 교정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 환경오염 피해자가 소송할 권리를 보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국회가 발의한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하는 법안이 의결된다면, 미세먼지 문제는 지금보다 첨예하게 법리 다툼을 겪을 수도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헌법 10조부터 22조 사이에 권리를 침해한 경우에만 인권위가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미세먼지처럼 장기적으로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책 연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