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 노키즈존? 5개월 딸 데려온 덴마크 여성의원 ‘눈총’

입력 2019-03-20 18:34
메테 아빌가드 덴마크 의원이 5개월 된 딸의 얼굴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메테 아빌가드 페이스북 캡처

성평등 의식 수준이 높은 덴마크에서 극우 성향 국회의원이 젖먹이 딸을 데려온 여성 의원에게 “의회에 아이를 데려오지 말라”고 눈총을 줬다.

피아 키에르스고르 덴마크 인민당 전 대표이자 의회 의장은 생후 5개월 된 딸을 데리고 회의에 참석한 메테 아빌가드 집권 보수당 의원에게 “회의장에 아이를 데려오면 환영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1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당시 키에르스고르 의장은 보좌관에게 아빌가드 의원의 아이를 내보내라는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빌가드 의원은 키에르스고르 의장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호소했다. 그는 “의회 회의장에 딸을 데려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동료들이 아이와 함께 일터에 가는 경우를 여럿 봤기 때문에 따로 허락을 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조금이라도 시끄럽게 하면 회의장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빌가드 의원은 1년간의 출산휴가도 반납하고 회의에 출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아빌가드의 페이스북에는 1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며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한 네티즌은 “의회는 엄마와 아빠, 아이들을 대표하는 곳이다. 모두에게 열려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분명히 아이를 데려갈 수 없는 장소와 상황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평등 인식이 발달한 북유럽에서는 최근 의회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아이슬란드의 한 정치인은 모유 수유를 하며 의회 연설을 해 주목을 받았다. 아이슬란드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성 격차 보고서에서 149개국 중 젠더 격차가 가장 낮은 국가로 꼽혔다.

한편 지난해 9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뉴욕 유엔 총회에 3개월 된 딸을 데려와 화제가 됐다. 아던 총리는 “6주간의 짧은 출산 휴가를 마치고 바로 복귀해 총회에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총회 질의응답 시간에 모유 수유를 하기도 했다. 호주 서부의 한 지방 의회에서는 회의장 내에서 모유 수유를 허가하는 법을 논의하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