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연 대구광역시 중구 의원은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의 90% 이상은 자발적”이라며 “인신매매 같은 인권유린은 거의 없다. 인신매매 당한 분들이 출퇴근하고 명품 가방을 메고 다니겠는가”고 주장했다. 중구가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공개 비판이었다. 그의 주장은 4050 남성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대구여성인권센터 성매매피해상담소 ‘힘내’의 신박진영 소장은 “홍 의원의 주장은 소신 발언 아니라 혐오 표현”이라고 말했다. 사실관계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힘내’는 성매매 피해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지원하기 위해 대구시가 사업을 위탁한 민간기관이다.
신 소장은 “세금을 사용하는 사업을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홍 의원은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발언으로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줬고 그에 대해 여태껏 사과하지 않았다”며 “그의 말은 소신 발언으로 포장됐지만 혐오 표현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자갈마당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사업을 이끌고 있는 신 소장과 1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홍 의원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혈세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한다. 우리도 입법부가 행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장을 하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확한 통계도 없고, 피해자를 상담한 적도 없으면서 어떻게 ‘성매매 여성의 90%는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가 있나. 성매매 여성들을 믿을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계속하는데 대체 근거는 뭔가.
우리는 매일 성매매 피해자들을 대면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정말 너무 한다. 마음이 아프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뜻밖의 효과도 있긴 했다. 홍 의원 발언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 ‘진짜로 비밀이 보장될까’ ‘정말 구가 지원해줄까’ 이런 의심이 사라지긴 했다.
하지만 홍 의원 말은 소신이 아니라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의 발언을 발판 삼아 네티즌들이 어떤 혐오 발언들을 쏟아냈는지 아는가. 홍 의원의 주장을 현장에서 듣고, 온라인에서 2차 가해를 당한 피해자들의 기분은 어떻겠나. 그런데도 홍 의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자갈마당 성매매 피해자 여성들의 상황은.
“자활지원대상자들은 대부분 30~40대다. 10대 후반부터 업소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10년 이상 자갈마당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도 드물다.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설령 업소에서 빠져나왔다고 해도 알선업자들이 여성을 찾아 ‘네가 성매매했다고 다 말하고 다닐 거다’라고 말하면 대응할 수가 없다.
10대 후반에 유입돼 3~4년 동안 성매매 업소에 있다가 나오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빈곤과 가정폭력 등 유·무형의 폭력에 시달리다 성매매에 유입된 여성들이 폐쇄적인 성매매 집결지에 수년씩 있다 보면 구조적인 쇠사슬에 묶일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에 묶여 성매매 업소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자발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나.
자갈마당 여성들은 지병이 많다. 일의 특성상 골반염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고, 기본적으로 입으로 서비스를 해야 해서 치아 상태가 안 좋아 30대에 이미 치아가 모두 빠져버린 사람도 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니 면역력도 약하다. 정신적으로도 상처를 많이 받는다. 자갈마당 여성들은 알선자들과 구매자들에게 수시로 비하를 당했고 욕설을 들었다. 손님들의 비위도 맞춰야만 했다. 자존감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피해 여성들이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하고 약물에 의존하게 된다.”
-홍 의원은 성매매 여성들이 명품백을 들고 다닌다고도 했는데.
“여성들 대부분은 업소 내 일하는 방이 자신의 주거공간이다. 외부에 집이 있어도 인근의 쪽방이나 원룸이 대부분이다. 홍 의원이 명품 가방을 말씀하셨는데, 실제 그런 가방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드물다. 설령 있다고 해도 자신의 몸 하나 누일 공간도 없는 그 여성에게는 그 가방이 유일한 귀중품이다.
성매매 집결지 여성들이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자갈마당에서 나오고 싶어 한다면 국가가 나서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
-홍 의원과 류규하 중구청장 간 토론의 핵심은 ‘자발성에 대한 판단’이었다.
“자발성 여부를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성매매집결지여성 자활지원조례’는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법은 제1조에 ‘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 피해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의 보호, 피해회복 및 자립·자활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자갈마당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사업은 이 법을 따른다.
자활지원사업의 목적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성매매 피해자들의 탈성매매다. 2017년 7월 24일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도원동 성매매 집결지 내에서 성매매여성으로 조사된 사람은 전부 자활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모두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에 근거한 것이다.
2004년에 성매매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이 제정됐는데도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어왔던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가 뼈아프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발적 성매매가 아니라면 통계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 아닌가.
“당연히 통계가 있다. 다만 성매매 피해자들의 신원이 드러나기 때문에 외부에 밝히지 않는 것이다. 만약 그 명단을 공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성매매 여성이라는 게 만천하에 공개되면 어떻게 되겠나. 성매매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도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하고, 상담 내용을 비밀에 부친다.
류 구청장이 자활지원사업을 총괄하기는 하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자활지원대상자 신청을 받고, 지원대상자에게 필요한 증빙서류를 준비하는 주체는 ‘힘내’다. 이 증빙서류를 구청과 시청,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심의위원회가 심의한다.”
-지난달 1일 본회의장에서 류 구청장 발언에 따르자면 74명이 상담을 신청했고 47명이 자활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렇다면 나머지 27명은 신청하지 않은 건가.
“그렇다. 자활 지원을 받고 싶다면 직접 신청해야 한다. 27명은 자활지원대상자를 신청하지 않았다. 심사에서 탈락한 건 아니다.
사실 자활지원대상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현재 실태조사가 완료된 사람들은 82명이고, 자활 지원을 신청해서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54명이다. 집결지에 있었던 사람들은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이 피해자들을 가두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정말 가슴이 아프다.”
-자활지원대상자 심사와 관리가 철저하지 않다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절대 아니다. 홍 의원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이 사업을 집행할 수는 없다. 국가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사업 절차는 당연히 투명해야 한다.
자활지원대상자를 신청하려는 여성들이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엄청나게 많다. 신청 단계에서는 자활지원신청서와 탈성매매 확약서, 거주 사실 확인서 등을 제출한다. 중복 지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원조회도 확실하게 한다. 선정 단계에서는 상담소 신청자 실태조사를 하고 자활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한다.
지원 단계에서는 자활지원계획서를 작성한다. 선정자 관리 단계에서는 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상담한다.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법률, 의료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간이 만료돼도 관리는 계속된다. 자원봉사자 단체 등과 연계해서 사회적 자원을 연결하는 정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이 끝나면 성과보고를 한다. 시는 사업이 끝나고 나서도 그간의 진행 과정을 감사한다. 우리는 감사에 대응해야 한다. 저희 사업이 다른 지역의 자활지원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사업의 수행을 철저히 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나.
“성매매 여성들은 구조적 쇠사슬에 묶여 있다. 그 쇠사슬을 끊고 나오도록 돕는 역할을 구청, 시, 국가가 해줘야 하는데 행정 당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행정 당국이 제대로 불법 성매매를 적발해서 처벌하지 않으니까 책임이 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만 갔다. 지금도 같은 상황이다. 국가에서 지원을 받든, 소송을 하든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으므로 서류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성매매 알선업주들은 여성들이 상담소를 찾아가면 자신들을 고소할 것으로 생각해 끊임없이 상담소와 지원사업을 공격하고 비난해왔다. 알선업주 등의 목적은 자활지원사업을 흠집 내고 이 사업에 참여하려는 여성들을 위축시키는 데 있다.
실제로 소개업자와 알선업자 등 여성들을 협박하고 위협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자활지원사업과 별개로 형사소송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이 직접 피해를 증언하고 고소하면 처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알선업주들은 여성들이 상담소의 지원을 받는 것을 끔찍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단체가 하는 사업은 자갈마당에 한정된 것이지만 아직 전국에 성매매 집결지가 많다. 성매매알선업자들은 성매매를 정당화하고 범죄행위를 지속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들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그 사람들은 자활지원사업을 계속 공격하고 비난할 것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더욱 철저히 진행될 수밖에 없다.”
신 소장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울음을 참으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소장은 마지막에 한 가지만은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있는 사실이라도 잘 파악해서 오해가 없도록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