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베테랑 셀프방출 요구’ 한화 소통 방식 재점검 기회

입력 2019-03-20 17:29

한화 이글스 이용규(34)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계약 기간 2+1년, 최대 총액 26억원의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구단에 공식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베테랑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라는 비난이 우세하다.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한화 구단이 베테랑들을 대하는 태도는 문제가 없었을까. 심수창은 지난해 3월 3경기를 1군에서 뛴 뒤 2군으로 내려갔다. 1군에서의 호출은 없었다. 지난해 8월 먼저 방출을 요구했다. 한화는 웨이버 공시를 통해 심수창을 풀어줬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LG 트윈스에 안착했다.

현역 최다승 투수인 배영수(38)도 지난해 시즌 뒤 방출을 요청했다. 구단의 은퇴 권유를 뿌리치고 현역 연장을 선택했다. 한화는 말없이 배영수를 풀어줬고,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다. 배영수와 같은 시기 방출을 요청한 박정진(43)은 끝내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권혁(36)은 지난 1월 말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되자 방출을 요청했고, 한화는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두산과 계약했다.

물론 이용규의 케이스는 앞선 선수들과는 경우가 다르다. 선수의 잘못이 큰 게 맞다. 그러나 베테랑들과의 소통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소통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육성만을 강조해 온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제2의 이용규가, 제2의 배영수와 권혁이 나올 개연성이 다분하다. 이용규 사태를 일회성 논란으로 볼 게 아니라 소통 방식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한화 구단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