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 “미국서 내전나면 누가 이길까” 게시물에 ‘반역 선동’ 비판 쏟아져

입력 2019-03-20 17:15
스티브 킹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의 공식 선거운동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게시물. 민주당 지지성향 주의 지도로 만든 파란색 사람 형상과 공화당 지지성향 주의 지도로 만든 붉은색 사람 형상이 싸우고 있다. 킹 의원은 게시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이틀만에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 캡처

백인 우월주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스티브 킹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내전 발발을 선동하는 듯한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킹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공식 선거운동 계정에 빨간색과 파란색의 사람형상이 서로 싸우는 게시물을 올렸다. 빨간색 사람형상은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한 주의 지도를 오려붙여 만든 것이고 파란색 사람형상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주의 지도로 만든 것이었다. 킹 의원은 이 게시물에 “누가 이길까 궁금하네…” 라는 말과 함께 웃는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킹 의원의 게시물에는 곧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다. 이 그림은 원래 지난 2013년 뉴욕타임스의 2012년 대선에 관한 책의 서평 기사에 실렸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들 사이에 (남북전쟁에 이어) 또 다른 내전 얘기가 떠돌고 있다. 한쪽은 약 8조발의 총알을 갖고 있고, 한쪽은 어느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지 모른다”는 글과 함께 공유되고 있다. 미국 사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내전이라도 벌일 듯 분열됐다는 의미다.

미국은 19세기 남북전쟁을 겪었다. 내전이 끝난 지 150년이 넘었지만 정치인이 내전을 농담 소재로 활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코넬 윌리엄 브룩스 전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CCP) 회장은 “나는 남북전쟁이 시작된 새크라멘토에서 자랐다. 남북전쟁은 4만명의 흑인 군인을 포함한 62만명을 죽게 한 전쟁이다”고 지적했다. WP도 “이 게시물에 함축된 의미는 선동적이다. 킹은 공공연하게 폭력적인 무장 충돌을 얘기하고 있다. 명백히 공화당 성향의 주들과 민주당 성향의 주들이 제2의 내전을 벌이는 것을 농담으로 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킹 의원은 결국 이틀 만에 게시물을 삭제했다. 하지만 그의 행위가 반역죄에 해당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 백악관 윤리실장을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아예 “이건 반역이다. 킹 의원을 즉각 의회에서 축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법학 교수는 “반역 현행범이 아니라 반역을 사주하고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제명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분열의 정치를 일삼았던 킹 의원의 전력도 문제가 됐다. 여론은 그가 내전을 연상케 하는 게시물을 올린 것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이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9선의 정치인인 킹 의원은 여성과 이민자를 모욕해 반유대주의자와 백인민족주의자들에게 호응을 받아왔다고 WP가 지적했다. 그는 최근에도 백인 우월주의 발언을 해 공화당으로부터도 하원의 상임위에서 배제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