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섭단체․비교섭단체 연설에서 각 정당이 서로 ‘퇴장’을 주고 받으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20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의 연설에서는 비판 대상으로 지목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일제히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의당은 곧 바로 “전형적인 소인배들의 행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당은 지난 12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다 퇴장하자 “반대자의 목소리를 묵살하는 것이 바로 독재이자 민주주의의 탄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비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선거제 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소위 제1야당 원내대표께서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정의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된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한다고 한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님께 묻겠다. 정말 이 말이 사실입니까”라고 물었다. 그 순간 한국당 의원들이 술렁였다. 윤 원내대표가 “사실이냐”고 재차 따져 묻자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본회의장을 떠났다. 윤 원내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난 뒤에도 “한국당에게 촉구한다. 더 늦기 전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열차에 함께 타시길 바란다”고 연설을 이어갔다. 한국당 의원들은 윤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고 대정부질문이 시작하자 본회의장에 돌아왔다.
정의당은 즉각 논평을 통해 한국당의 퇴장을 비판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한국당이 또 다시 추한 모습을 보여줬다. 윤 원내대표가 한국당을 비판하자 소리를 지르면서 집단 퇴장했다”며 “팩트로 뼈를 때리니 아프긴 아팠던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계속해서 부당하게 의석수를 챙기겠다는 날강도 심보가 참으로 꼴사납다. 언제가지 배부른 돼지 노릇이나 하며 살 텐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에 퇴장한 것은 헌정사에 나쁜 사례로 남을 일”이라며 “불과 며칠 전 나 원내대표의 연설 때 민주당이 항의하자 비난한 것을 벌서 잊었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연설은 남이 들어줘야 하고 남이 하는 연설은 퇴장해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불과 8일 전인 지난 12일, 나 원내대표의 교섭 단체 연설 때는 ‘문재인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발언에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해 고성을 지르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당시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의회민주주의와 국회의 존재가치를 후퇴시킨 데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지적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