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진 부모 살해범 “공범들이 갑자기 돈 가방을…” 범행 당시 상황

입력 2019-03-20 16:07 수정 2019-03-20 16:35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씨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20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불법 주식거래 등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생활 중인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33)씨 부모 살해 사건 피의자 김모(34)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달아난 공범 3명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는 20일 오전 9시30분쯤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를 나서며 “내가 죽이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19일 조사에서도 “집에 침입했는데 피해자들의 저항이 심했다.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공범 중 1명이 이씨의 아버지(62)에게 둔기를 휘두르고 이씨 어머니(58)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강탈한 5억원 중 일부도 공범들이 멋대로 가져갔다며 자신이 임금 형태로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범행 전 경호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로 중국 동포 3명을 모집했다. 이들은 이씨 부모 자택에서 범행을 저지른 뒤 부부의 돈 가방에 든 5억원을 가져갔다. 경찰은 검거 당시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1800여만원을 회수하고 나머지 돈의 행방을 쫓고 있다.

5억원은 이씨의 고급 외제 차량을 판매한 대금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 이씨 동생 희문(31)씨는 해당 차량을 매각하고 15억원을 받아 10억원을 챙긴 뒤, 5억원이 든 돈 가방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이씨 부모는 돈 가방을 들고 경기도 안양의 자택으로 돌아왔다가 김씨 일당에게 변을 당했다.

뉴시스

경찰은 이씨 부모가 지난달 25일 오후 4시 이후 자택에서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범 3명은 오후 6시10분쯤 현장을 벗어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중국 칭다오로 출국했다. 김씨는 다음 날인 26일 오전 이삿짐센터를 이용해 냉장고에 든 이씨 아버지 시신을 평택 창고로 운반했다.

이씨 부모의 시신은 약 3주 뒤에야 발견됐다. 경찰은 지난 16일 “부모님과 전화가 안 된다”는 희문씨의 신고를 받고 피해자 자택으로 출동했다. 자택 옷장에서 이씨 어머니의 시신이 나왔다. 이후 CCTV 분석 등을 통해 17일 오후 3시17분쯤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체포했다. 김씨를 추궁한 끝에 같은 날 오후 4시쯤 평택 창고에서 이씨 아버지 시신을 발견했다.

범행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김씨의 은폐 행각 때문이었다. 김씨는 범행 후 이씨 어머니 행세를 하며 희문씨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희문씨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자택에 찾아갔지만 김씨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둔 탓에 들어가지 못했다. 김씨는 이밖에도 범행을 위해 한 달 가까이 계획하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살해된 부모 장례 절차를 위해 일시적으로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이희진씨가 20일 오전 경기 안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치고 장지로 이동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이씨 아버지가 2000만원을 빌려 간 뒤 갚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김씨와 이씨 부모 사이의 채무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 부모의 발인식은 살해된 지 24일 만인 20일 오전 8시쯤 안양의 한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를 받아들임에 따라 18일부터 빈소를 지켰던 상주 이씨는 동생 희문씨와 함께 묵묵히 발인식을 지켜봤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이씨는 22일 오후 9시까지 구치소로 돌아가야 한다.

이씨는 증권전문방송 등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하며 서울 강남 청담동에 고급주택과 고가의 수입차를 소유해 ‘청담동 주식 부자’로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불법 주식거래 사실이 탄로 나면서 지난해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5년, 벌금 200억원, 추징금 130억5500만원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