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탓 체육·체험활동 취소…초등교사 90% “영향 심각”

입력 2019-03-20 15:02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8일만에 다시 발령된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시내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오전 6시를 기해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평균 농도가 75㎍/㎥ 이상 2시간 지속될 때 내려진다. 뉴시스

최악의 미세먼지로 뒤덮인 하늘 아래서 3월 새 학기를 맞은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들이 미세먼지로 인해 학교 수업이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하윤수·이하 교총)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실시한 미세먼지 관련 설문조사 결과 교원의 90.6%가 “미세먼지로 인해 학교 수업에 심각한 지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초등교원 1414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실시됐다.

대다수 학교들은 미세먼지로 인해 체육수업이나 체험활동, 학교행사를 취소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교사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학생 및 교직원 건강과 학교 수업의 지장 정도를 묻는 질문에 90.6%가 ‘심각하다(매우 심각 55.7%, 심각 34.9%)’고 답했다.

학교가 지난해 미세먼지로 인해 겪은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체육수업 취소 또는 실내활동으로 대체’가 96.8%로 가장 많았다. ‘학교 밖 체험활동 및 학교행사 취소 또는 실내활동으로 대체’도 86.1%였다.

미세먼지로 인한 휴교 및 단축수업을 단행한 학교는 매우 드물었다. ‘없다’는 응답이 92.6%로 압도적이었다. 이에 대해 교총은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가 연달아 시행되는 등 최악의 수준에도 학교에서는 1년에 채워야 하는 수업시수·수업일수 때문에 휴교나 단축수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지던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실 내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학교에서 조치하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3개까지 복수 응답)으로는 ‘교실 밖 활동 자제(92%)’, ‘공기청정기 구입 및 가동(71.9%)’, ‘학생 마스크 착용(71.6%)’ 등 세 가지 방법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은 주관식 문항을 통해 “학교의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공기 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로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겨우 바깥 활동 자제와 마스크 착용, 공기청정기 설치”라며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국가에 대책을 주문했다.

휴교 관련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세먼지가 매우 심각할 때는 가정에서 교과 학습이 진행될 수 있도록 평상시에도 e학습터와 연계한 지도가 필요하고 관련 규정 또한 마련돼야 한다”는 답변이 주관식 문항에서 확인됐다.

종합해보면 교사들은 ▲학교 건물 내 공기청정기 설치 및 필터 관리 강화 ▲강당·다목적실 등 실내체육 가능 공간 확충 ▲아동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과학적·체계적·지속적인 매뉴얼 제작 ▲미세먼지로 인한 휴교 및 휴업에 관한 법적 조례 마련 등 대책을 제안했다.

교총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미세먼지로 인한 수업 지장이 심각하고 학교 차원의 대응은 한계가 있다는 교원들의 답변이 많은 만큼 교육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국가적으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