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표현을 쓴 블룸버그 통신을 비난한 논평에 대해 일부 사과했다. 기사에 대한 논평은 정당의 정치활동에 속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은 유지했지만,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만 유감을 표했다.
해당 논평을 작성했던 이해식 대변인은 19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소양과 덕이 부족하여 거친 표현으로 다소간 기자에게 불편을 끼쳤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심리적인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인정한다. 인간적으로 깊이 유감을 표하며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기자의 글을 비평하고 비판하는 것은 정당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속한다”며 “(문제가 된)‘검은 머리 외신기자’라는 표현은 마치 외국 현지의 여론인양 일부 구낸 언론에서 인용되는 외신기사를 쓴 한국인 기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정치적인 용어일 뿐 인종적인 편견과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대변인은 지난 13일 논평을 통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수석 대변인’ 발언을 비판하면서, 해당 표현의 근거가 된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실명까지 거론했다. 이 대변인은 이 논평에서 이 기자에 대해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블룸버그 통신리포터로 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문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 당시에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언급했다.
이 논평 이후 언론과 야당의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블룸버그 기자 개인에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기자 개인의 신변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진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자 한다”며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시안아메리칸기자협회도 19일 성명을 통해 “한국에서 기자가 단지 언론 활동으로 인해 신변 안전이 위협받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언론인에 대한 위협은 용납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야당에서도 “민주당은 대통령 비호를 위해서라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까지 훼손하며 민주주의를 역행할 심산인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일부 표현에 대해 사과하는 논평을 냈지만, 기사 비판이 정당의 정치활동의 영역에 해당한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애초 그 논평들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혹은 ‘사실상의 대변인’이라는 말을 최초 사용한 블룸버그 통신과 기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었다”면서 “해당 논평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의 발언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 근본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