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부산교구 학교법인 산하의 사립학교인 부산 성모여고 학생들의 ‘스쿨 미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19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는 ‘#성모여고_미투’의 해시태그를 단 글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트위터에는 부산 성모여고 공식 미투 계정이, 카카오톡에도 공식 계정이 생겼다. 이곳을 통해 교직원들에게 성희롱·폭행을 당했던 사례를 제보할 수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운영자는 국민일보에 “학교에서 남자 선생님들의 성차별적 발언과 사건들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단순히 한두 명의 제보가 아니다. 중복된 내용이고,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트위터 페이지를 통해 폭로된 사건의 가해자로는 현직 교사부터 신부까지 거론됐다. 한 제보자는 “문학 수업 도중 선생님이 나에게 나무 밑에서 키스해봤느냐라고 물어봤다”라며 “지금 남자친구랑 실수로 임신하게 되면 어떡할 거냐고 질문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제보에서는 “봉사시간에 한 선생님이 체육복보다 짧은 반바지를 입은 학생에게 ‘그렇게 짧은 바지를 입고 오면 할아버지들이 너를 반찬으로 오해해 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있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에 재직하는 신부에 대한 제보도 나왔다. 한 학생은 “교목실에 가면 신부님이 볼을 꼬집고 머리를 쓰다듬는 불쾌한 신체접촉을 자주 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학생의 허리를 팔로 감싸 다시 앉혀 자신의 몸쪽으로 붙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이 외에도 젊은 남자 교사가 학생과 사적인 관계를 맺거나, 방과 후에 따로 연락했다는 등의 제보도 이어졌다.
스쿨 미투 제보가 빗발치자 부산시교육청은 18일 장학사 등 8명으로 구성된 사안조사팀을 부산 성모여고에 파견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가해 교사는 총 13명이며, 이 중 8명이 현재 학교에 재직 중이라고 시교육청은 밝혔다. 전수조사에는 학교전담경찰관과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찰 및 부산아동보호종합센터 관계자 등이 참여했으며, 교육청은 결과를 토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의뢰가 들어오면 즉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교육청의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학생은 “설문조사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가해자들의) 이름을 다 적으라고 했다. 친구들은 혹시나 자신이 제보자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라며 “불안감에 자신이 겪은 내용을 제대로 적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성모여고 측 관계자는 19일 학생들을 모아놓고 조회 시간에 “나도 여러분에게 섭섭하다. 하지만 주동자를 찾으려 하지 않겠다”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위터 페이지 운영자는 “마치 학생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식의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김도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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