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경적 울려 ‘고의로 청력 마비’…전 국가대표·BJ 덜미

입력 2019-03-19 19:15
뉴시스

병역을 면제받으려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킨 전직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와 인터넷방송 BJ 등이 덜미를 잡혔다.

19일 병무청(청장 기찬수)은 브로커를 끼고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키는 수법으로 병역법을 위반한 피의자 8명과 공범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수사결과 이들은 병원 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자전거 경음기나 응원용 에어혼을 귀에 대고 일정시간 노출시켜 청각을 마비시킨 뒤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아 장애인으로 등록한 뒤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무청은 브로커를 끼고 고의로 청력을 마비시켜 병역법을 위반한 8명과 이들의 병역 면제를 도운 3명 등 11명을 적발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이들은 병원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안에서 자전거 경음기나 응원용 에어혼을 귀에 대고 작동시켰다. 일정시간 큰 소리의 경고음을 듣고 일시적으로 귀가 먹먹해진 상태에서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사진은 고의 청각 마비 범행에 사용한 도구. 뉴시스 (사진=병무청 제공)

병무청에 따르면 브로커는 병역 면제 수법을 전수하는 조건으로 1인당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받은 뒤 도구를 전달하고 방법을 알려줬다.

브로커에게 수법을 배운 이들 중에는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와 인터넷방송 BJ도 있었다. 각각 1500만원, 5000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군대에 가지 않고 선수 생활이나 방송을 계속하기 위해 거액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형사처벌과 함께 다시 병역판정검사를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병무청은 유사한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최근 7년 동안 청력 장애로 병역을 면제 받은 1500명의 과거 진료 이력 등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또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의무기록지 등 과거력 유무를 확인하고 중앙신체검사소 정밀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병무청은 밝혔다. 일시적 청력 마비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병역판정검사 시·청력검사시스템도 개선하기로 했다.

지난 5일 기찬수 병무청장이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동원훈련 안전수송 상황을 점검하고 동원훈련 참가 예비군을 격려하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입니다.) 뉴시스

병무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12년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도입 이후 브로커가 개입한 최초의 병역면탈 사례다. 지난 2017년 도입된 병무청 자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활용해 브로커와 피의자들 간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병역 면탈 범죄를 대거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병무청 특사경 관계자는 “앞으로도 과학적 기법을 활용한 철저한 수사로 병역 면탈 범죄자가 우리 주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병역면탈자를 끝까지 추적해 병역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