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들, 화웨이 및 공자학원 배제 확산…‘스파이 활동’ 우려에 동조

입력 2019-03-19 18:00
지난달 화웨이 뿐아니라 공자학원과의 관계도 단절한 미국 미네소타 대학.SCMP캡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미국 대학들도 화웨이 및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네소타대학과 스탠퍼드대학,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가 화웨이,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단절했다. 하버드 대학은 아직 화웨이와의 관계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지만 미국 대학들 사이에서 화웨이 및 공자학원 배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의 경쟁자로 급부상한데다 미국의 안보기밀을 빼내가는 스파이활동에 동원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화웨이는 ‘화웨이 혁신연구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대학과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기부를 통해 대학들과 교류를 해왔으나 최근 대학들이 이런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기부금도 거부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2017년 화웨이 혁신연구프로그램의 협력 파트너중 한 곳인 코넬대학은 지난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스파이활동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자 그동안 화웨이와 맺은 연구 약정의 안전성 여부를 모두 재확인했다.

코넬대 관계자는 “화웨이는 우리 대학이 미국 및 해외 기업들과 맺은 150개 이상의 협력 프로젝트 가운데 일부”라며 “해당 프로젝트에 대해 데이터 및 정보보안, 연구의 독립성, 연방 및 주 법과 규정 준수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는지 자세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프린스턴대학은 지난해 화웨이의 새로운 자금지원을 거부하기로 했고, 화웨이가 컴퓨터과학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마지막 15만 달러를 받지 않겠다고 화웨이측에 통보했다.

스탠퍼드대학 측은 “새로운 계약, 기부, 제휴 등을 포함한 화웨이의 모든 지원과 교류를 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학은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진행중인 화웨이의 자금 지원이 끝나면 더 이상 화웨이와의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네소타 대학은 지난달 화웨이 뿐아니라 공자학원과의 관계도 끊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화웨이는 과거 미국 대학에서 연구를 전혀 지원하지 않다가 언제부터인가 많은 대학에 거액을 뿌리고 있는 회사로 바뀌었다. 이는 대학들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가 세계 각국 교육기관과 연계해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가르치는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까지 세계 138개 국가와 지역에 525곳이 세워졌다. 미국에서는 100여개 대학과 초등학교에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가 국방 예산을 지원받는 어떤 기관도 공자학원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면서 미네소타 대학은 공자학원을 폐쇄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전파하는 공자학원이 중국 정부가 선발한 강사들로 운영되며 신장 위구르인 처우나 티베트의 종교 자유, 대만 독립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토론을 막고,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확대하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은 또 중국 정부기관이 공자학원을 통해 ‘스파이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