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뿌리, 뽑아야 한다” 독해진 황교안…왜?

입력 2019-03-19 17:1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현 여권을 ‘썩은 뿌리’에 비유하며 “썩은 뿌리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 시절부터 오랫동안 정제된 화법을 구사해온 황 대표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해 ‘좌파독재’ ‘폭정’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연일 입에 올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오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정권 핵심 세력은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이라면서 “이들 인맥이 정치권, 좌파언론, 시민단체, 민노총 등 우리사회 곳곳에 포진되어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발상과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권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맞서 여권을 ‘반(反)혁신 세력’으로 규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들에게 타협이나 협상은 무의미하다. 오직 대결적 사고방식뿐”이라며 “소득주도 성장, 비정규직 제로, 공공일자리 확대, 탈원전 등 문재인정권의 모든 국가 정책들이 이들 집단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전날에도 정부·여당이 공수처법 등 법안과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언급하면서 “사회주의 악법이 국회를 일사천리로 통과하면서 세금은 치솟고 기업은 문 닫고 경제는 완전히 ‘폭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두루뭉술한 화법을 많이 써 ‘안개 화법’ ‘세모 화법’이라는 별명을 들었던 황 대표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당내에서는 “황 대표가 공직자에서 정치인으로 변하고 있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 대표의 강성 발언이 최근 계속되는 여권의 과거사 공세에 대한 맞불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발생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황 대표 아들의 KT 채용 과정을 두고도 공세를 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여권이 아무런 문제도 없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흠집내기만 하고 있다”며 황 대표를 적극 엄호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