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은석 건축사] 새문안교회 건축에 표현된 사랑

입력 2019-03-19 13:53 수정 2019-03-19 22:25

새문안교회가 광화문 빌딩숲 신문로1가 43번지에 경건하고 따스한 석재의 13층 높이의 100주년 기념교회를 세웠다. 설립 132년만에 새로 짓게 된 6번째 교회당 건축을 위한 현상설계는 한국과 미국의 주요 교회건축 및 문화시설 전문 설계팀들을 초청해 지명 경쟁으로 개최됐다. 여기서 서인건축(최동규 대표)과 경희대 이은석 교수팀이 제안한 하늘과 땅을 향해 두 팔을 펼친 듯한 어머니 형상의 디자인이 한국 최초 교회의 새 교회당 건축 설계안으로 당선됐다.

현상설계공모 당시 한국 기독교계 전반에서는 기능주의와 실용성이 교회건축의 최우선 전략이었다. 숱한 대형 교회들도 거대한 규모의 교회당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던 2010년 말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문안교회(당시 담임 이수영 목사)는 현상설계의 강력한 기본지침으로 ①한국 최초설립의 어머니 교회의 역사성 ②하늘나라를 향해 열린 문 ③빛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 ④세례의 의미로 수공간 제시라는 성경적 성전 건축의 의미들을 표현해서 응모해 달라고 했다. 이에 우리 건축가들은 그 기본지침을 신·구약 성경을 아우르는 기독교의 가장 중심되는 가치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의 두 강력한 주제로 새롭게 지침서를 해석하여 설계도 속에 녹였다.


‘하나님 사랑’의 측면은 외형과 내부 그리고 대예배실의 디자인에서 뚜렷이 구현되고 있다. 수백 년간 기독교 교회 건축의 전형을 지배해 온, 첨탑과 장식의 고딕 성당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의도에서 잘 드러난다. 새문안 교회 설계에서 과거의 기념비적 뾰족탑 형상은 열린 하늘을 바라보도록 하는 부드러운 곡면벽 효과로 대체됐다. 중세 성당의 과시적인 조각과 장식은 단순한 추상적 상징들로 변환됐다. 따스한 외벽의 색깔과 곡면의 형상은 종교적 권위를 드러내기보다는,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부드럽게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정면 벽과 바닥 광장에서 빛나는 66개의 별빛 창은 신구약 성경말씀을 펼쳐 증거하는 교회임을 상징하려 한다. 또한 종래의 어둡고 긴 회랑 형태와 같이 엄숙한 예배의식을 조성하는 대예배실을 제안하기 보다는 부채꼴의 평면을 제시함으로써, 예배를 드릴 때 교회의 성도간의 역동적인 참여와 경건한 강단으로의 집중을 선호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교회당의 정면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파이프 오르간은 교회가 힘써 갖추고자 한 독특한 부분으로, 예배와 찬양의 본질을 향한 새문안교회 성도들의 하나님 사랑 철학을 뚜렷이 대변하기도 한다.

‘이웃사랑’의 측면은 교회건축 곳곳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상징적인 형태보다 교회의 실제적인 공간 조성과 프로그램 운용을 고려한 설계로 이해해야 한다. 지금까지 국내외 어떤 교회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안쪽으로 움푹한 볼륨과 아아치형 게이트가 더불어 조성하는 전면 마당은 이 교회가 수도원적 폐쇄성으로 경건한 공간만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활짝 세상을 향해 열려서 이웃과 시민들의 실질적 휴식처가 되기를 자처하는 교회의 목회적 의지를 드러냈다.

대로 측 로비를 완전 개방하고, 후면에 위치한 광화문과 세종문화회관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꾀한 부분은 새문안교회 건축이 이웃과 시민들을 향하여 활짝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1층 로비 홀에 위치한 교회 역사관, 기존 교회의 형태를 축소하여 교회의 역사를 인식하도록 재조립한 적벽돌 소예배실은 적극적으로 사회를 향해 열린 공간이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기독교적 행사 이외에도 이웃과 사회의 사용 요청에 잘 대응할 수 있다. 주변의 거대한 오피스 빌딩의 숲 속에서, 새문안교회는 그 흔한 규모의 철학으로 대응하기보다, 열고 비우고 펼치는 도시 여유 공간 확보와 건축 공간 작업을 통하여 빼곡한 도시 속에서 시민들에게 시각적 안식을 베풀면서 넉넉한 이웃사랑을 표현하고자 한다.


특히 곡면벽 상부 너머에 하늘로 사라지듯 유리 상자로 얹혀진 교육관 동은 번잡한 시내 가로로부터 미래 세대들을 보호하며, 옥상 정원과 밝은 교실에서 교육하도록 배려하는 건축 배치설계 전략이다. 수많은 세계의 교회가 이웃들에게 전망대를 개방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전경의 최상층 공간에서는 새문안교회가 지닌 세계 교회에서의 상징적 위치를 십자탑과 전망층을 통해 확인하며, 민족적이고 역사적인 새문안교회의 사명을 되새기게 하는 기념적인 공간이 된다.

이은석 건축가·경희대 교수





정리=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