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잃을 게 없다” 삼성생명의 남다른 챔프전 각오

입력 2019-03-19 13:29
용인 삼성생명의 주전 선수들. 왼쪽부터 박하나, 김한별, 티아나 하킨스, 이주연. WKBL 제공

용인 삼성생명이 2년 만에 진출한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농구 명가’로 불려온 삼성생명은 2006년 여름리그에서 챔피언으로 올라선 뒤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청주 KB스타즈를 상대로 13년 만에 챔피언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다.

삼성생명은 WKBL 통산 5차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통합 6연패를 이룬 인천 신한은행(2007~2012)과 아산 우리은행(2013~2018)의 왕조 시대가 개막하면서 우승을 놓쳤다.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횟수는 11회로 WKBL 6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아쉽게 우승을 놓친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오는 21일 시작되는 KB와의 챔피언결정전에 임할 삼성생명의 주축 선수들은 투지가 넘친다. 김한별은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경기 연속 20점 이상을 해내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김한별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모두가 우리은행이 우위라고 했다. 우리가 승리할 줄 몰랐을 것이다”라며 “챔프전도 마찬가지로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다. 우린 잃을 것이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생명은 2년 전 우리은행과의 챔프전 당시 ‘우린 잃을 것이 없다’ ‘사고 한 번 쳐보자’라는 등의 문구를 라커룸에 써 붙인 바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열세로 평가받지만 승부를 뒤집어보겠다는 선수단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용인 삼성생명 선수단이 2년 전 챔피언결정전 진출 당시 라커룸에 써 붙인 문구들. 박구인 기자

삼성생명 슈터 박하나는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지고 2, 3차전을 승리했다.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하루살이처럼 ‘오늘만 산다’는 생각을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챔프전에 올라왔다. 챔프전에서도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김한별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자신의 매치업 상대가 될 KB 외국인선수 카일라 쏜튼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김한별은 “KB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데 상대가 누구인지 가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오직 삼성생명의 파란색 유니폼만 바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역시 2년 만에 다시 찾아온 우승 기회에 도전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정규시즌 때 선수들의 정신력 편차가 컸다. 플레이오프 치르면서 제가 기대하던 정신력이 3경기 내내 나온 것 같다”며 “잘 싸워주고 있는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KB는 우리은행과 다른 팀이다.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인사이드가 강한 팀이다 보니 수비 방향이나 스타일을 조금 다르게 가져가야 할 것 같다”며 “정규시즌을 통해 장단점은 이미 파악했다. 하루 쉬고, 잘 준비해서 챔프전에 임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KB는 삼성생명이 마지막으로 우승한 2006년 여름리그 챔피언결정전 당시 맞상대였다. 당시 우승을 놓친 KB는 여태껏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고,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노리고 있다. 분위기는 좋다.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박지수를 필두로 쏜튼 강아정 염윤아 심성영 김민정 등 주축 선수들의 기세가 좋다. 안덕수 KB 감독은 플레이오프 동안 경기장을 찾아 직접 눈으로 상대의 실력을 점검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