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감독은 “선수들이 항상 열심히 해줘서 6연패를 할 수 있었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며 “제 별명이 양치기 소년이라고 하는데, 이제 양치기 소년이 아니죠?”라며 밝게 웃어보였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임영희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영희가 오늘 마지막 경기를 하게 됐다. 아침에 슈팅 훈련 때 항상 해주는 말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오프 탈락으로)이제 인터뷰할 시간이 없으니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위 감독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냉철한 지도자로 소문난 그는 아끼던 제자에게 느낀 그동안의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표현했다. 위 감독은 “사실 영희를 우승이라도 해서 보내고 싶었다. 힘든 것을 잘 아는데도 뛰게 하는 것이 너무 미안했다”며 “이렇게 끝내주는 게 영희한테도 부담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승 후 은퇴하면 더 부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무명에 가까웠던 임영희는 우리은행 이적 후 위 감독을 만나 승승장구했다. 확실한 주전을 넘어 한국 여자 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고,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 주역으로 활약했다. ‘임브론(임영희+르브론 제임스)’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성장을 거듭하면서 엄한 스타일의 위 감독에게 무수히 많은 지적을 받았을 터다. 임영희는 은퇴 전 마지막 경기가 된 이날도 10득점을 올리며 끝까지 제 몫을 했다.
위 감독은 “영희가 항상 저한테 욕을 많이 먹고, 제가 많이 아프게 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되도록 단 한 번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그는 재차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진심으로 영희한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영희라는 선수를 만나서 행복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하길 바란다.”
사실 위 감독은 임영희 때문에 이날만 두 번이나 눈물을 흘렸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전주원 코치와 함께 울었다고 한다. 왠지 모르게 ‘마지막일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왔기 때문이었다. 위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끝난 뒤 또 울었다. 호랑이 감독은 아끼는 제자를 보내면서 울보가 됐다. 그의 눈물에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을 많은 생각들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아산=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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