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장애자로 속여 병역을 면제받은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 등 8명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병무청은 19일 청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병역을 면제받았거나 같은 수법으로 병역면제를 받으려고 시도한 8명과 돈을 받고 이들의 병역면제를 도운 공범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병무청에 따르면 이들은 병원주차장 승용차 안에서 자전거경음기나 나팔 같은 소리를 내는 응원용 ‘에어혼’을 귀에 대고 청력을 고의로 손상시켰다. 이어 장애인진단서를 발급받아 장애인으로 등록한 후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번에 붙잡힌 피의자 중에는 브로커에게 1500만원을 건넨 전 국가대표 사이클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병역면제를 받았을 당시 국가대표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브로커에게 5000만원을 주고 병역면제를 받으려고 시도한 인터넷 게임방송 BJ도 이번에 덜미를 잡혔다. 병무청 관계자는 “선수생활 또는 방송을 계속해 돈을 벌기 위해 거액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이모씨는 외제차 동호회 회원, 동생 친구 등에게 접근해 병역면제 수법을 전수해 준다고 하면서 1인당 1000만원에서 5000만원을 받은 뒤 청력마비 도구를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자신도 청력 마비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브로커와 병역면제자들 간 공모 정황은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활용한 수사로 파악됐다. 디지털포렌식 장비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삭제한 자료를 복원할 수 있는 것이다. 병무청은 2017년 디지털포렌식 장비를 도입했다. 병무청은 “이번 사건은 2012년 병역면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적발한 브로커 개입 병역면탈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은 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병역판정검사를 다시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병무청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중앙신체검사소 정밀검사를 강화키로 했다. 일시적 청력 마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병역판정검사에 사용되는 청력검사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다. 과거 병력 확인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