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이용규(34)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견수에서 좌익수로의 포지션 이동과 9번 타순에 대한 불만 등 원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본인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진정한 원인은 알 수가 없다.
추측 가능한 요인은 FA 계약 당시 맺었던 옵션이다. 이용규는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 1월 말 FA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기간 2+1년, 계약금 2억원, 매년 연봉 4억원에다 매년 옵션 4억원 등 총액 26억원이 계약 조건이었다. 옵션이 12억원이나 되지만, 야구팬들은 이속에 뭐가 담겨 있는지를 모른다. 9번 타순에 대한 불만이 사실이라며 타석수에 대한 옵션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하다.
이용규뿐만 아니라 FA 계약을 맺을 당시 옵션 조항이 있던 모든 선수가 옵션을 공개하지 않았다. 옵션이 달려 있지 않은 FA 계약을 맺은 선수는 15명 중 2명뿐이다. NC 다이노스 양의지(32)는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60억원, 연봉 총액 65억원 등 125억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SK 와이번스 이재원(31)도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21억원, 연봉 총액 48억원 등 69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을 제외한 13명의 FA에는 모두 옵션이 걸려 있다. 올해 FA 1호 계약자인 NC 모창민(34)은 총액 20억원의 FA계약 중 옵션이 3억원이다. SK 최정은 총액 106억원 가운데 6억원, LG 트윈스 박용택은 총액 25억원 가운데 1억원이 옵션이다.
KT 위즈 박경수(35)는 26억원 가운데 6억원,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9)는 18억원 중 4억5000만원, 한화 송광민(36)은 16억원 중 절반인 8억원이 옵션으로 채워졌다. KT 금민철(33)은 7억원 중 3억원, 삼성 윤성환(38)은 10억 가운데 6억원, KT 이보근(33)은 19억원 가운데 8억원이 옵션이다. 한화 최진행(34)은 5억원 가운데 1억원,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서 LG로 옮겨간 김민성(31)도 18억원 가운데 3억원이 옵션으로 채워졌다.
이 가운데 윤성환과 송광민처럼 옵션이 절반이 넘는 경우도 있다. 옵션이 구단 입장에는 안전판 구실을 할 수 있다. 협상 막판엔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용규 사태에서 알 수 있듯, 선수 개인에겐 족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야구팬들은 이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구단과 선수 모두 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한결같이 입을 다물고 있다. 옵션 내용을 보고받은 KBO도 연봉만 공개할 뿐 옵션과 관련된 자료는 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이용규 사태를 불러온 옵션에 대해 야구팬들도 알 때가 됐다. 과연 구단이 무리한 옵션을 걸었는지, 이용규가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를 알 수있는 잣대가 된다. 이용규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 대한 옵션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