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가구 중 절반은 전셋값 하락… “전셋값 10% 하락하면 집주인, 금융자산 처분”

입력 2019-03-19 09:39 수정 2019-03-19 10:00

올해 1~2월 중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계약 시점이었던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10% 떨어지면 대부분의 집주인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또 3만2000가구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차입하는 것으로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등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경우 그 비중은 14.8%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19일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1~2월 전세가격이 직전 계약 시점이었던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52%를 기록했다”며 “이 비중은 20.7%였던 2017년부터 상승세를 타 지난해 39.2%였고 올해 초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가격 하락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전세가격 하락 시·도 수를 보면 2017년 5개였던 것이 지난해는 11개로 늘었고 올 1~2월엔 13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하락폭이 커졌고 경남과 울산 등은 주력산업 침체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자료 : 한국은행>

일단 한은은 집주인인 임대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하다고 진단하고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대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고소득(4~5분위) 비중이 지난해 3월 현재 64.1%로 전체 가구(40.0%)를 크게 웃돌았다.
또 가구당 평균 8억원의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총부채 비율은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자산만을 고려했을 때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했지만 예금·적금 등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3.2%에 불과했다. 차입이나 갭 투자로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금융부채, 실물자산은 많이 늘었지만 유동성이 있는 금융자산은 크게 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대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은 지난해 3월 78.0%로 늘었다. 무엇보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임대 가구의 비율이 91.6%로 보증금이 금융자산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10% 하락하면 3만2000가구에 달하는 1.5%는 보증금 반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이들 가구의 반환 부족자금 규모는 2000만원 이하가 71.5%였고 2000만 초과부터 5000만원 이하까지는 21.6%였다. 5000만원 초과하는 가구도 6.9%나 됐다.

<자료 : 한국은행>

집주인 10명 중 9명(92.9%)은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었고 5.6%는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했다.

특히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가구는 14.8%로 급증했다. 반대로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가구는 59.1%로 급감했고 금융기관 차입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구는 26.1%였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지난해 통계청, 금융감독원과 한은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약 211만 임대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