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 중 거래된 아파트 중 전세가격이 계약 시점이었던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절반을 넘으면서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현상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셋값이 10% 떨어지면 대부분의 집주인은 자신의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은행에서 돈을 빌려야 했다. 또 3만2000가구는 금융자산을 처분하거나 차입하는 것으로도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등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경우 그 비중은 14.8%로 뛰었다.
한국은행은 19일 ‘최근 전세 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1~2월 전세가격이 직전 계약 시점이었던 2년 전보다 하락한 비중이 52%를 기록했다”며 “이 비중은 20.7%였던 2017년부터 상승세를 타 지난해 39.2%였고 올해 초 절반 이상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세가격 하락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였다. 전세가격 하락 시·도 수를 보면 2017년 5개였던 것이 지난해는 11개로 늘었고 올 1~2월엔 13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하락폭이 커졌고 경남과 울산 등은 주력산업 침체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일단 한은은 집주인인 임대 가구의 재무건전성이 대체로 양호하다고 진단하고 관련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임대가구의 소득 구성을 보면 고소득(4~5분위) 비중이 지난해 3월 현재 64.1%로 전체 가구(40.0%)를 크게 웃돌았다.
또 가구당 평균 8억원의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총부채 비율은 26.5%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자산만을 고려했을 때 보증금 반환 능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점은 눈 여겨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대가구의 보증금은 연평균 5.2% 상승했지만 예금·적금 등 금융자산이 늘어나는 것은 3.2%에 불과했다. 차입이나 갭 투자로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금융부채, 실물자산은 많이 늘었지만 유동성이 있는 금융자산은 크게 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대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은 지난해 3월 78.0%로 늘었다. 무엇보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임대 가구의 비율이 91.6%로 보증금이 금융자산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전세가격이 10% 하락하면 3만2000가구에 달하는 1.5%는 보증금 반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다. 이들 가구의 반환 부족자금 규모는 2000만원 이하가 71.5%였고 2000만 초과부터 5000만원 이하까지는 21.6%였다. 5000만원 초과하는 가구도 6.9%나 됐다.
집주인 10명 중 9명(92.9%)은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었고 5.6%는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보증금 반환이 가능했다.
특히 후속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가구는 14.8%로 급증했다. 반대로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보증금 반환이 가능한 가구는 59.1%로 급감했고 금융기관 차입으로 대응할 수 있는 가구는 26.1%였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지난해 통계청, 금융감독원과 한은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약 211만 임대 가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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