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천앞바다 자치단체 사상 최초 미세 플라스틱 채집현장에 동행해보니

입력 2019-03-19 08:56
지난 15일 인천보건환경연구원 소속 해양조사 연구원들이 인천신항 앞바다에서 자치단체 사상 최초로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하고 있다. 이날 시료채취팀은 내해 3곳과 자월도 및 덕적도 해역 등 모두 5곳에서 미세 플라스틱 시료를 채취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미세 플라스틱이 수산물과 해조류에 붙어 인체에 들어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직 정확한 연구결과가 없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일부라도 미세 플라스틱이 남아 있는 수산물을 먹을 경우 장기훼손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 플라스틱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이유다. 미세 플라스틱은 길이가 5㎜ 이하인 플라스틱을 말한다.

본보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당 미세 플라스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인천앞바다 탐사에 나선 인천보건환경연구원 탐사팀과 지난 15일 동행해 실태를 추적했다.

초미세먼지가 지난달 28일부터 7일씩 정체된 인천앞바다에서 미세 플라스틱의 실태를 추적한 것은 공식적으로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날 오전 9시20분쯤 인천 중구 연안부두 바다쉼터 인근 관공선 부두를 출발한 인천해양정화선은 시화호가 보이는 오이도 근처에서 멈춰 서서 미세 플라스틱 시료채취를 위해 특별하게 만든 알루미늄 구조물을 바다에 설치하는 것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김민주 연구원은 “시료를 정확하게 채취하기 위해 표층과 수심 2.5m 지점, 수심 5m 지점에 채집통을 넣어 13분 동안 바닷물이 50t 이상 지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며 “강화도를 통해 흘러오는 물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물의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유속기를 달아 유량을 계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탐사팀은 이날 오전 10시17분 위도 37도19분, 경도 126도35.9분의 위치에서 미세 플라스틱 채집을 시작해 오전 10시30분 위도 37도 19.8분 경도 126도36.2분에서 국내 자치단체 사상 최초로 미세 플라스틱을 연구용으로 채집하는데 성공했다.

같은 시간 인천신항 관리부두에서 4.8㎞ 떨어진 해역에는 갈매기 수 백 마리가 하수종말처리장의 배수관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오염물에 코를 박고 있었다.

이곳은 시흥 오이도의 횟집에서 나오는 부유물질과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에서 나오는 생활오수 등이 만나는 해역이기도 하다.

미세 플라스틱 첫 조사 해역에서 인터뷰에 응한 김기문 연구원은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했을 때 물 속에서도 잘 서서 가는 것을 확인하고 심층수를 직접 어항원리를 이용해 채집할 수 있게 돼 신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심층수를 기계적으로 펌핑해서 끌어올리는 것은 표층수에서 어항처럼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하는 방식과 달라 신뢰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같은 조건으로 수톤 이상의 바닷물이 통과한 것을 채집해야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매뉴얼인 셈이다.

연구원들이 친환경 부표를 이용해 바닷물이 접하는 부분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고 일정하게 물의 흐름에 따라 미세 플라스틱을 채집할 수 있게된 것은 지난 2월 25일 실험적인 채집활동의 시행착오를 보완한 결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심층수 채집방식은 국민일보 보도 이후 국내·외 미세 플라스틱 탐사팀들이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표층수 뜨는 방식은 물을 뜨는 방식이고, 심층수는 수중펌프를 이용해 퍼올리는 방식이어서 채집방식이 서로 달라 신뢰성을 얻기 어려웠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미세 플라스틱 탐사팀은 단계별 시료 채취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도 중간층과 심층에 수중펌프를 설치하지 않고 알루미늄 재질로 제작한 사다리 모양의 구조물을 설치해 같은 조건에서 시료를 채취하는 방법을 실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시료채취 구조물을 13분가량 바다에 설치한 뒤 7명이 한 팀이 돼 해양정화선으로 다시 끌어 올렸을 때 시료채취 그물망에는 눈에 보이는 플라스틱이 촘촘하게 들어 있었다. 채집망의 바닥이 시커멓게 보일 정도였다.

상·중·하 3곳에서 올라온 시료채취 결과물은 수심 5m 지점에서 건져 올린 채집통에서 가장 많이 발견됐다.

채집통을 최적화된 크기로 만든 것은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였다. 그렇게 결정된 채집통 네트의 구멍 크기는 바늘이 통과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했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 김민주씨를 비롯한 3명의 연구원은 증류수로 미세 프라스틱이 유리병으로 모일 수 있도록 시료채취통을 씻어주는 방식으로 바다에서 건져올린 미세 플라스틱을 확보했다. 1㎝ 이상 되는 가늘고 긴 물질이 부유물인지 플라스틱인지는 연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렇게 채집된 미세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실에서 퓨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기(FT-IR)로 관찰하며 얼마나 많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시료채취통에 분비물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위해 증류수로 씻어낸 뒤 측정값을 기록하고, 검사결과를 발표할 때는 이를 빼주는 방식으로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절차는 채취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인천보건환경연구원 탐사팀은 인천신항 앞을 비롯 영종대교와 세어도 사이 해역 등 모두 5곳에서 채집활동을 벌였다. 지점별로 상·중·하 채집통 3개를 사용하고, 유리병 15개에 미세 플라스틱을 담았다.

지자체 보건환경연구원 중 해양조사과가 있는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과장을 포함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바다도시 인천의 특성상 해양조사를 통해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데 앞장서기 위해서다. 연구원은 강화도에서 식용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염전에 미세 플라스틱이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

편의점 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의 비닐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최근 내 컵 사용하기 캠페인 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바다는 전세계가 같이 쓰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육상쓰레기들이 바다로 흘러들어오는 하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는 등 미세 플라스틱의 생태계 전체를 살펴보는 일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어민들이 사용하는 스티로폼으로 제작된 부표가 미세 플라스틱의 상당량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연안부두 주민 조호석(56)씨는 “2000년부터 주민 수 십 명이 매월 바닷가 쓰레기를 치우고 있으나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김근도(57) 인천해양환경정화선 선장은 “미세 플라스틱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 5~8일 자월도 와 영흥도 사이 무인도 서옥벌섬에서 3박4일 보트를 이용해 바다쓰레기 4.5t을 건져 올렸다’고 설명했다.

바다쓰레기의 대부분은 PT병, 비닐봉지, 나무토막 등 육지에서 내려온 것들이었다.

이 때문에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은 홍수기에 맞춰 북한의 예성강 하구와 한강 등지에서 인천앞바다로 쏟아져 들어오는 홍수쓰레기에 대해서도 조사하는 등 연간 4차례 미세 플라스틱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생선류와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보이지 않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조사 자체에 대한 의미가 그만큼 커졌다.

김민주 연구원은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한데도 아직까지 기초조사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인천연안의 미세플라스틱 분석을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