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수감 중 부모를 잃은 이희진(33)씨는 한때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렸다. 경제채널에서 주식 전문가로 활동했고 시사·예능 프로그램까지 출연했지만, 지금은 불법 주식거래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27세였던 2013년 케이블 경제채널에서 애널리스트로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660㎡(200평)대 고급주택,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고가의 수입차 사진을 SNS에 올려 재력을 과시했다. 이때 얻은 별명이 ‘청담동 주식부자’다. 종합편설채널 채널A 시사프로그램 ‘풍문으로 들었쇼’에 고정으로 출연해 유명세를 탔다.
이씨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연예인 인맥도 쌓였다. 그 결과 2016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Mnet) 예능프로그램 ‘음악의 신’까지 출연했다. 평소 공공연하게 재력을 과시하는 래퍼 도끼와 자산 규모 차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도끼 정도는 불우이웃”이라고 말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장악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하지만 이씨의 성공담은 오래 가지 못했다. 허위정보로 장외주식(비상장주식)을 헐값에 사들인 뒤 비싸게 팔아 차익을 챙긴 혐의로 2016년 9월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동생과 함께 인가를 받지 않은 투자사를 설립해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매하고 시세차익으로 약 130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지난해 4월 이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약 130억원을 선고했다. 이씨와 마찬가지로 구속기소된 동생은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00억원이 선고됐다. 다만 동생의 벌금형은 선고가 유예됐다. 이씨는 현재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채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씨는 구치소에서 부모의 부고를 받게 됐다. 부모의 시신은 지난 16일부터 하루 간격으로 발견됐다. 모친은 같은 날 오후 6시10분쯤 경기도 안양 자택의 장롱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씨 모친의 시신에서 외상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타살로 보고 수사에 착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씨를 17일 오후 3시15분쯤 검거했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을 확보해 같은 날 오후 4시쯤 경기도 평택의 한 창고에서 이씨 부친의 시신을 수습했다. 김씨는 이씨 부친에게 투자 목적으로 빌려준 2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자 인터넷에서 3명을 고용해 범행을 저지르고 5억원을 챙겨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나머지 용의자 3명을 쫓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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