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이 철거됐다.
서울시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중구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3개월 뒤 유족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천막을 세운 지 약 4년 8개월 만이다.
서울시는 이날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부터 세월호 천막 건널목 앞 주변까지 안전 펜스를 설치한 뒤 천막 14개 동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 천막을 지탱하던 목재를 분리하고 의자와 서랍 등 유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쓰던 각종 물건도 천막 밖으로 끄집어냈다.
앞서 세월호 유족들은 최근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에 따라 천막 철거를 자진 결정했다. 16일 천막 내 집기와 비품을 정리했고, 17일 오전 10시엔 세월호 천막 내에 존치된 희생자 영정을 옮기는 이안식(移安式)도 진행했다. 세월호 희생자 289명의 영정은 일단 서울시청 신청사 지하 서고로 자리를 옮겼다. 유족들은 영정을 어디에 안치할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7월 14일 유가족들이 천막 2개 동을 설치하며 만들어졌다. 이후 서울시의 요청에 따라 인도적 지원 차원의 2개 동이 추가 설치됐고, 이후 천막 숫자가 점점 늘어나 14개가 됐다.
한편 세월호 천막 철거 사진들이 공개되자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베스트’에는 18일 이 소식을 언급하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이용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어묵’에 비유하며 관련 사진을 첨부한 뒤 “그만 우려내라”며 비하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 커뮤니티 회원들은 과거 단식 투쟁 중이었던 세월호 유가족들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먹는 ‘폭식 투쟁’을 벌이는 등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비난 받았다.
서울시는 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예산 2억원을 들여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만들고, 다음 달 12일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목조 형태의 면적 79.98㎡ 규모 공간으로 세월호 천막의 절반 크기다. 서울시 측은 “기억 및 전시 공간은 서울시가 전담직원을 지정해 직접 운영하되 유가족과 자원봉사자 등 시민도 참여한다”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다짐하고 안전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