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지네딘 지단 감독이 기분 좋게 복귀했다. 지난 12일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닷새 만의 복귀전에서 승리했다.
레알은 17일 스페인 마드리드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에서 셀타비고를 2대 0으로 꺾었다. 최근 안방에서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한 레알은 지단 감독 복귀와 동시에 승리를 맛봤다.
눈에 띄는 점은 선발진이었다. 산티아고 솔라리 체제에서 외면받았던 선수들이 대거 기회를 잡았다. 이스코, 마르셀루, 골키퍼 헤일러 나바스가 그랬다. 카세미루도 마르코스 요렌테와 경쟁 구도에서 완전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단 감독이 자신이 과거 팀을 지휘했던 시절 함께 했던 이들을 다시금 중용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단 감독의 복귀를 환영하고 있다. 레알은 9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하고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선두 바르셀로나와 승점 12점차까지 벌어졌다. 혼란스러운 팀 분위기를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단 감독에 대한 반가움보다 솔라리 감독과의 이별이 더 크게 다가오는 선수도 있을까. 4명을 꼽아봤다.
①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솔라리 체제에서 레알의 왼쪽 측면을 책임졌던 브라질 출신의 신예 공격수다. 부상과 복귀를 반복하며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가레스 베일을 대신해 최근 레알의 공격을 이끌었다. 브라질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며 차근차근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선수로 네이마르의 뒤를 이을 삼바군단의 미래로 평가받는다. 레알에서 보여준 최근 활약을 바탕으로 3월 A매치에 나설 브라질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문제가 생겼다. 지난 6일 네덜란드 아약스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 인대파열 부상을 당했다. 예상 회복 기간은 두 달. 사실상 시즌 아웃과 다르지 않다. 경험치를 쌓으며 성장세를 거듭하던 시기에 그야말로 악재다.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떠나야 한다.
무엇보다 다가올 여름 잉글랜드 첼시에서 활약 중인 에덴 아자르의 합류가 유력하다. 아자르의 합류와 함께 베일이 잔류한다면 그가 뛸 자리는 없어진다. 지단 감독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지만 부상으로 훈련조차 참가할 수 없다.
② 세르히오 레길론
좌측 풀백 위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선수다. 마르셀루의 경기력 기복과 부상이 겹치며 중용 받기 시작하며 재능을 뽐냈다. 오히려 수비 상황에서는 마르셀루보다 더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된다. 솔라리 감독은 마르셀루가 아닌 레길론을 첫 번째 옵션으로 중용해왔다. 마르셀루를 둘러싼 이적설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르셀루는 자신과 레길론의 성적을 비교하는 SNS 게시글에 ‘다 내 탓이다’라며 비꼬는 듯한 댓글을 달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마르셀루가 30대에 접어들며 체력 안배가 필수라는 점, 예전보다 기량이 떨어진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지단 체제에서 자리 잡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③ 티보 쿠르투아
솔라리 감독의 첫 번째 골키퍼였다. 전임 감독 훌렌 로페테기는 쿠르투아를 프리메라리가 경기에만 출전시켰다. 헤일러 나바스와 쿠르투아를 두고 경쟁이 아닌 대회 이원화 체제를 선택한 것이다. 나바스가 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 일정을 소화하면 쿠르투아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만 집중하는 방식이었다. 나바스에게도 충분히 활약할 기회를 줬다.
솔라리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대회를 가리지 않고 쿠르투아를 첫 번째 골키퍼로 기용했다. 레알이 많은 실점을 하며 쿠르투아에게 비판이 끊이질 않을 때도 그를 향한 신뢰는 계속됐다. 솔라리 체제에서 나바스가 경기에 나섰던 때는 지난 1월 쿠르투아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였다.
지단 감독은 달랐다. 첫 복귀전에서 바로 쿠르투아를 벤치에 앉혔다. 경기가 끝난 후 “나바스는 정말 훌륭하다. 그래서 오늘 투입했다. 쿠르투아도 경기에 나설 것이다. 지금까지 잘해왔다. 루카 지단도 있다. 3명 모두 좋은 골키퍼”라면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를 예고했다. 첼시에서 페트르 체흐(아스널)와의 경쟁 체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현 상황이 만족스러울 리는 없다.
④ 마르코스 요렌테
요렌테 역시 솔라리에서 중용 받았던 홀딩 미드필더다.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 아래에 위치해 제 역할을 다해줬다. 카세미루의 위치다.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을 바탕으로 중원을 장악하며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솔라리 감독이 “환상적이다.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며 그를 공개적으로 칭찬할 정도다.
경쟁자인 카세미루는 지단 감독이 특별히 신뢰하는 선수다. 2013년 레알 유니폼을 입은 이후 리저브팀인 카스티야, 포르투갈 FC포르투를 거치며 임대 생활을 전전했으나 지단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에는 교체까지 포함해 총 47경기를 소화하는 등 지단 체제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지단 감독 복귀가 요렌테로서는 달가운 상황이 아닌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