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 측이 영변 핵시설의 명칭과 위치 등 정보를 미국 측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북·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북한 측은 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의 존재도 부인하는 등 잡아떼는 태도를 유지해 회담 결렬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 측은 평양과 하노이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내놨다. 이에 미국 측이 영변 핵시설의 구체적인 시설명과 위치를 명시하라고 요구했지만 북한 측은 “모두 폐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인 1일 새벽 기자회견에서 “(폐기 대상은) 영변의 플라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리 외무상은 구체적인 시설명은 언급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이 위치한 평안북도 영변군에는 수십㎞ 반경 안에 5㎿ 원자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개발 관련 시설이 수십 곳 위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5㎿ 원자로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 등을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했다. 우라늄 농축 시설은 2010년 미국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게 공개한 바 있다.
이외에 한·미 양국은 영변 핵시설에서 수㎞ 떨어진 소위리와 분강 지역에 비공개 지하 우라늄 농축시설을 여러 곳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존재가 이미 알려진 영변 핵시설 내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한 뒤, 이를 비공개 시설로 가져가 핵무기 재료로 사용 가능한 고농축 우라늄으로 재농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측은 또 실무 협상에서 평양 근교 강선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 폐기도 요구했지만 북한은 시설의 존재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