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와 팔뚝 지방흡입 수술을 앞두고 있는 직장인 A씨는 한 가지 걱정이 있다. 바로 ‘빈혈’이다. 평소 빈혈 증상이 있어, 혹시 수술 후 빈혈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실제 A씨는 과거 간단한 성형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술 후 빈혈 증상으로 인해 기절했던 적 있다.
빈혈은 혈액 중 적혈구의 수, 혈색소의 농도 및 혈구가 정상보다 감소해 혈액이 묽어진 상태를 말한다. 흔히 혈색소 수치가 남성은 13 이하. 여성은 12 이하일 때 빈혈로 간주된다. 적혈구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을 함유하는데, 헤모글로빈을 생성하려면 철분 단백질 비타민 등이 필요하다. 이중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빈혈이 생길 수 있다.
만약 혈색소 수치가 8 이하일 경우 빈혈이 심해 출혈을 견디지 못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혈액검사 등 각종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와 질병 여부를 파악하고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또 A씨처럼 지방흡입 수술을 앞두고 있으면서 평소 빈혈 증상을 가지고 있어 걱정이라면 수술 전 ‘철분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지방흡입 수술처럼 지방 양을 많이 제거할 경우 출혈이 발생해 수술 후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 비교해 수술시간이나 출혈량이 많이 줄었다고는 해도 수술 시 400㏄ 미만의 출혈은 여전히 감수해야 하는데 혈액수치가 낮다면 수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 명의 환자에서 제거할 수 있는 지방 양은 헤모글로빈 수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지방흡입으로 1ℓ의 지방을 뽑아내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0.5 감소한다. 따라서 10ℓ를 뽑아내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5 정도 감소하게 된다. 흡입할 지방의 양이 많아질수록 인체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대전 글로벌365mc병원 이선호 대표병원장은 18일 “평소 빈혈 증상이 있다면 수술 전 체내 혈액 생성을 도와주는 철분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시금치·고등어·해조류·기름기 적은 살코기 등 철분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된다. 만약 음식만으로 철분을 보충하기 어렵다면, 철분제를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철분은 비타민C와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지만, 종합비타민제와 철분제를 함께 섭취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종합비타민제에 함유된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성분이 오히려 철분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병원장은 “지방흡입 후에도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지만, 식단 구성이 어렵다면 딱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며 ‘단백질’과 ‘철분’ 섭취를 강조했다.
이어 “지방흡입 후 체중조절을 위해 저열량 식사를 하다 보면 단백질 섭취를 소홀히 하기 쉬운데 단백질이 부족하면 기운이 없어지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근육량이 줄어 기초대사량과 피부 탄력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며 “고기 등의 고지방 단백질 음식보다 두부, 콩, 닭가슴살, 달걀과 같은 중저지방 단백질 음식을 하루 세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