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재수사’ 청원, 조두순도 넘었는데… 기로에 선 진상조사

입력 2019-03-18 06:30


‘성접대 문건’을 남기고 사망한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닷새 만에 60만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 12일 올라온 ‘고 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청원합니다’라는 청원은 17일 오후 참여자 60만명선을 돌파했고, 18일 오전 0시40분 기준 61만6000명 이상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흉악범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 참여자 수(61만5354명)를 뛰어넘었다. 닷새 만에 60만명을 넘어선 국민적 관심도가 향후에도 이어질 경우 최다 청원으로 기록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청원(119만2049명 참여)에 필적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커지는 것은 장씨 사망 당시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지난해 12월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비공개 소환 조사했고, 장씨가 사망 전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이 최근 새롭게 알려지면서 진상조사단 활동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하지만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달말로 예정된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3차례 연장된 진상조사단 활동을 또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과거사위는 18일 오후 본회의를 통해 활동 연장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진상조사단 활동기한이 연장되지 않으면 ‘장자연 리스트 사건’의 진실 규명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형법상 강제추행, 성매매 알선은 이 사건에 적용 가능한 혐의 중 공소시효가 가장 길지만 10년에 그친다. 경찰이 강제추행 혐의를 특정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2008년 8월 발생했기 때문에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진상조사단은 기한 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고서 제출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장씨의 동료이자 ‘장자연 리스트’를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윤지오씨는 지난 15일 여성단체들과의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단순 자살이 아니라고 보고 수사한다면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어난다”며 재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윤씨는 또 “경찰과 검찰 과거사위 모두 숙제를 풀듯 시간에 한정돼 사건을 다룬다는 건 비통한 일”이라며 “고인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