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솔라리의 아이들, 지단 체제에서는?

입력 2019-03-17 20:30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레길론이 17일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비고와의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AP뉴시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지난 12일 공식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부터다. 전임 감독인 산티아고 솔라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16강 탈락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지단 감독은 복귀전에서 깔끔하게 승리했다. 레알은 17일 홈에서 열린 2018-2019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에서 셀타비고를 2대 0으로 꺾었다. 최근 안방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4경기 연속 승리를 챙기지 못하다 지단 감독 복귀와 함께 오랜만에 승리를 맛봤다.

이날 눈에 띄는 것은 선발진이었다. 솔라리 체제에서 외면받았던 선수들이 대거 기회를 잡았다. 특히 이스코는 리그에서 선발로 나선 게 지난해 10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티보 쿠르투아에게 밀려 철저히 백업 요원으로 그쳤던 헤일러 나바스도 골키퍼 장갑을 되찾아왔다. 세르히오 레길론에게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마르셀루도 나섰다.

과거 자신이 지휘봉을 잡던 시절 주역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을 다시금 중용한 것이다. 훈련과정에서 지켜보며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었을테니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단 감독의 부임이 그리 달갑지 않은 이들은 솔라리 감독에게 중용 받았던 선수다. 솔라리 감독은 레알 B팀격인 카스티야를 오랜 시간 지휘했던 인물이다. 그런 만큼 2군에서 올라온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세르히오 레길론, 마르코스 요렌테, 다니 세바요스, 헤수스 바예호, 페데리코 발베르데, 하비 산체스 등이 솔라리 체제에서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도 솔라리 감독 덕에 성장했다.

특히 레길론의 경우 좌측 풀백 위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던 선수다. 마르셀루의 경기력 기복과 부상이 겹치며 중용 받기 시작하며 재능을 뽐냈다. 오히려 수비 상황에서는 마르셀루보다 더 안정감이 있다고 평가된다. 솔라리 감독은 마르셀루가 아닌 레길론을 첫 번째 옵션으로 중용해왔다. 마르셀루를 둘러싼 이적설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요렌테 역시 레길론과 상황이 비슷하다. 그는 카세미루의 부상 덕에 출전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팀 선배인 사비 알론소와 비견될 정도의 탁월한 경기조율 능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뛰어난 인터셉트와 태클 능력으로 빠르게 볼을 탈취해 전방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카세미루 못지않다.

비니시우스는 벤제마와 인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네덜란드 아약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도중 인대파열을 당해 시즌 아웃을 당한 상태다. 다가올 여름 에당 아자르의 합류가 유력한 상황에서 그 역시 마음이 답답할 법하다.

새로운 감독에게 다시금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안은 숙제다. 솔라리 감독의 유산이기도 한 이들을 지단 감독이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