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되찾은 사리, 이대로 첼시 잔류할까

입력 2019-03-17 17:13
마우리시오 사리 첼시 감독.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의 사령탑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에게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최근 상승세를 타며 잔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번 시즌 끊이지 않았던 선수단의 태업, 항명 의혹 역시 잠잠해졌다. 향상된 성적과 함께 흔들리던 입지 역시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평가다.

첼시는 모든 대회를 포함해 공식경기 5연속 무패(4승 1무) 질주 중이다. 흐름을 제대로 탔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 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에프를 1, 2차전 합계에서 8대 0으로 꺾으며 가뿐히 8강에 안착했다.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던 시점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승점 57을 기록한 첼시의 순위는 현재 6위. 하지만 3위 토트넘 홋스퍼(승점 61)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다. 남은 한 경기에 승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4위 아스널(승점 60)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룬다. 현실적으로 3위 자리까지 노려볼 수 있다. 남은 일정도 나쁘지만은 않다. 리버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경기를 남겨두긴 했지만, 남은 7경기는 모두 객관적 전력상 한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한다.

최근 성적도 성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리 감독이 첼시 내 라커룸에서 어느 정도 장악력을 되찾았다는 점이중요하다. 지난달 25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결승전이 반전의 계기였다. 이날 경기 이전까지만 해도 결과에 따라 사리 감독의 경질이 결정된다는 소문이 나돌 만큼 입지가 불안정했다. 선수단 내부 분열이 가장 큰 이유였다. 조르지뉴를 고집해 기존의 중원 미드필더들과 전술적 충돌을 겪었다. 은골로 캉테의 포지션을 전진시켰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떠나보냈다. 로스 바클리와 마테오 코바시치는 철저히 백업 요원에 그쳤다. 이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 결승전에서 케파 아리사발라가 골키퍼가 사상 초유의 항명 사태를 벌이며 여론이 뒤집혔다. 케파가 월권과 결승전 승부차기 패배라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떠안게 된 것이다. 자연스레 사리는 결승전 패장의 책임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명백한 항명이 발생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지켜봤던 팬들 사이에서 사리 감독을 향한 동정론까지 생겼다.

케파의 항명 논란은 결국 전화위복이 됐다. 감독의 권위를 내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케파를 본 뒤라 앞으로는 반기를 들 수 있는 선수가 나오기 힘들어졌다.

전술적으로도 유해졌다. ‘사리볼’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철학을 꺾고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다. ‘사리볼’은 짧은 패스를 통해 많은 볼 소유를 하고 수비 시에는 높은 라인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사리 감독 특유의 전술을 뜻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 평소 스타일과 달리 수비적으로 내려앉아 조심스럽게 경기 운영을 펼치기도 했다. 전술적 충돌점을 완화하기 위해 선수들과도 대화를 시도했다.

내부에서 안정을 찾자 곧바로 경기력과 성적으로 결과가 드러났다. 백업 공격수에 그쳤던 올리비에 지루는 유로파리그 단독 득점 선두에 오르며 펄펄 날았고, 부진한 흐름에 빠져있던 에당 아자르 역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 첼시가 기대하는 최고의 상황은 유로파리그 우승과 프리미어리그 4위권 안착이다. 목표를 달성하면 사리 감독의 잔류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리 감독은 이달 초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잔류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에 집중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입지를 되찾은 사리 감독의 잔류는 이번 여름이 돼서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다만 첼시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받아 원하는 지도자를 선임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사리 감독을 대신할 명장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