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계속 탈북민 북송하면 대사관앞 탈북소녀상 건립"

입력 2019-03-17 15:20 수정 2019-03-17 18:12

교계 및 시민단체들이 중국 정부가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 대사관 앞에 탈북소녀상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민네트워크(대표 김규호 목사)와 탈북동포회(회장 한금복), 희망무지개, 6·25납북결정자가족회 등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난민 강제북송 중지호소’ 제450차 집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사진)

회원들은 내년 5월 제500차 집회를 목표로, 2012년 중단됐던 ‘탈북소녀상’ 제작 모금 운동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탈북민을 상징하는 에델바이스(꽃말 용기, 인내) 뱃지를 개당 2000원에 판매한다.

또 오는 6월과 10월 중 탈북민으로 구성된 ‘탈북동포회 고향의봄 실버합창단’ 모금 특별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탈북소녀상은 2002년 5월 중국 선양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가다 중국 공안에 붙잡히는 장면으로 유명해져 2006년 4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김한미(당시 3세)양을 모델로 제작될 예정이다.

회원들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지위에 걸맞게 탈북민 강제북송을 즉각 중단하고 구금한 탈북민을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또 탈북민 북송은 중국이 가입한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인권규범이 금지한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금복 탈북동포회장은 발언에서 “세월이 지나면 중국도 발전할 것이기에 강제북송과 같은 비인권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오늘도 여전히 강제북송은 이뤄지고 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무지개 대표 김영일 목사는 중국 국민들을 향해 “중국이 탈북민을 북송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강제북송은 살인행위”라고 비판했다.

탈북동포회는 2007년 결성된 기독 탈북민 모임으로 매주 수요일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난민 강제북송 중지 호소집회’를 열고 있다.

또 ‘고향의 봄 실버합창단’을 조직해 프랑스, 독일 등 10여개국을 방문해 북한인권 운동을 전개했다.

선민네트워크는 중견 목회자 및 평신도 지도자들로 구성된 기독NGO다.

다음은 시 주석에게 보낸 서신 전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님께 보내는 450번째 서신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그동안 중국정부가 보여준 인간의 기본적 평등과 존엄성에 대한 언급과 조치들에 경의를 표하며 이 서신을 보냅니다.

더불어 그동안 중국정부가 주중 한국대사관을 비롯하여 각국 대사관에 망명신청을 하는 탈북민들을 안전하게 떠나도록 조치해 주신 것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현재 중국에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이 있으며 이들 중 매달 수십에서 수백 명이 중국공안에 의해 체포되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명으로 북한감옥에서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7월에 중국 선양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된 탈북민 가족 5명이 강제북송 후 당할 고통의 두려움으로 집단 자살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많은 수의 탈북민들과 그들의 인권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중국에서 탈북민들이 당하는 홀대와 수모, 심지어는 인신매매와 강제북송 등을 비인권적인 처사로 인해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한국에서의 북경올림픽성화봉송 때에 많은 탈북민들이 성화 봉송을 반대하고 성화를 저지하기 위해 거리에 뛰어들며 분신과 할복을 기도하다 체포되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크리스찬 탈북민들 역시 중국의 탈북자강제북송을 매우 슬프게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받은 여러 가지 수모와 고통으로 인해 큰 울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4:43)는 성경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오히려 중국을 사랑하기로 결심했고 북경올림픽 1년을 남긴 날인 2007년 8월 8일을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북경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제로 성공할 수 있도록 축복하며 기원하는 집회를 가져습니다.

또한 2008년 9월 3일 부터는 매주 수요일 마다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선진중국을 기원하며 탈북난민강제북송중지를 호소하는 집회를 가져왔고 오늘 제 450차 집회를 갖습니다.

저희는 중국이 전 세계 가운데 존경받은 나라로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평화와 인권의 선진국가로 자리매김하기를 원합니다.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는 선진국가가 될 수 없습니다. 대다수의 선진국을 보면 모두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존중하는 나라들입니다.

특별히 유럽 국가들의 인권의식은 매우 높으며 그러기에 세계인에게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인권의식이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유엔 상임이사국이며 아시아의 리더국가인 중국이 먼저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국가가 되어 전 세계의 존경받는 리더국가로서 우뚝 서기를 원합니다.

이에 우리는 중국이 세계 가운데 존경받는 선진 일류 국가가 되기를 소망하며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첫째, 탈북민들의 강제북송을 중지해 주시고 한국 또는 원하는 나라로 갈수 있도록 허용해 주십시오.

둘째, 일부 중국국민들이 자행한 탈북민들에 대한 강제노역과 탈북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및 성노예화 방지에 적극 나서주십시오.

셋째, 탈북고아들과 탈북2세들의 법적지위 확보와 교육 및 의료에 관한 인도적 지원을 해주십시오.

넷째, 탈북민을 돕다 체포된 북한인권운동가들의 석방과 감옥에서 비인도적 처사가 있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다섯째, 북한공작원들을 색출하여 북한인권운동가들에 대한 테러와 납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우리는 중국을 사랑합니다. 중국은 탈북난민을 사랑해 주십시오.

2019년 3월 13일

탈북난민강제북송중지호소 수요집회 450번째 수요 집회를 갖는
<탈북동포회>와 <선민네트워크>회원 일동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