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정나리 실종사건…이불 혈흔 검사에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입력 2019-03-17 07:30
방송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정나리 실종사건’을 추적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나리 실종사건은 2005년 1월 22일에서 23일 사이 대구 남구 봉덕동에 있는 한 원룸 201호에 사는 20대 여성 정나리씨가 사라진 사건이다. 16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정씨는 2005년 대구에서 남자친구 김씨와 원룸에서 살고 있었다. 실종 당일 정씨는 친한 친구에게 “집에 가기 싫다”며 울었다.

정씨는 친구의 배웅을 받아 집까지 들었다. 정씨의 친구는 원룸까지 데려다주면서 남자친구 김씨가 자는 것을 봤다고 했다. 이날 새벽 4시 집에 들어간 정씨는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웃 주민들은 사건 당일 남녀가 싸우는 소리와 무언가 둔탁하게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진술했다.

담당 경찰은 “남자친구 김씨 외에는 용의자가 없다”며 시체 없는 살인 사건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까지 잠만 잤고 일어나보니 정씨가 없었다”며 “정씨가 외박을 했다고 생각하고 관계 정리를 위해 짐을 싸서 오후 4시에 원룸을 나섰다”고 전했다. 그 후 친구와 팔공산으로 드라이브를 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김씨의 친구는 김씨가 새벽 6시인가 7시에 답답하다며 드라이브를 가자며 전화했다고 했다. 김씨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도 김씨의 전화가 아닌 의문의 번호였다고 했다. 이는 오전 11시까지 잠만 잤다는 김씨의 진술과 엇갈린다.

경찰은 실종 후 원룸이 깨끗하게 정리된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또 김씨의 운동화에서 혼합된 혈흔이 검출됐고 방 안에서도 정씨의 혈흔이 소량 검출됐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김씨가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정씨의 시신을 팔공산에 유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친구에게 걸었던 의문의 번호에 대한 통화기록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김씨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뚜렷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더욱이 김씨는 경찰 수사를 받던 중 거짓말 탐지기를 검사를 앞두고 돌연 중국으로 출국했다. 5년이 지난 2010년 3월 귀국해 수사기관에 자진 출석해 구속됐다. 김씨는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정씨와 김씨가 다퉜다는 점 등을 들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사체를 유기했다고 보고 김씨를 폭행치사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했다.

2010년 9월 1심에선 이웃 주민들의 진술과 여러 간접 증거를 종합해 피해자가 자신의 집안에서 사망한 사실을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된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정씨의 실종 사실을 알고도 찾으려 노력하지 않았고 짐을 챙겨 원룸을 나갔던 점, 김씨가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중국으로 출국한 점 등을 유죄의 근거로 봤다.

그러나 2011년 2월 항소심에선 “원심이 폭행치사와 사체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징역 7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웃 주민들의 진술이 과장됐을 수 있고 발견된 혈흔은 사망을 뒷받침하기에 극히 소량이었다”며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김씨는 자신을 수사한 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제작진은 정씨의 가족들이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실종 전단지를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가족들이 마지막 단서라고 주장하는 정씨의 이불을 감정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세탁한 뒤 덜 마른 상태로 장롱 속에 넣어뒀던 이불이 있었고 가족들은 범인이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세탁했다고 의심했다. 제작진은 가족들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이불에 대한 혈흔 반응 검사를 실시했지만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제작진은 정씨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제보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정씨의 집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 정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명품가방을 주었다는 제보자가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방이 이 정씨의 것이 확실하다면 사망하고 시신이 유기되는 과정에서 버려졌을 수도 있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나온다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으 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정씨의 남자친구 김씨에게 연락을 취해 입장을 물었다. 김씨는 “나도 정씨 때문에 힘든 일 겪었다. 재판부 판결도 다 받고 법원 가서 다 해결했다”며 “나와 상관없는데 왜 나한테 물어보냐”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어렵사리 만난 김씨는 “진짜 욕 나온다. 그 여자 찾으면 연락 달라. 내가 얼굴 보고 욕 좀 해줄 수 있게”라며 “범인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 실종된 정 씨가 나타나면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다고 생각해 중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