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오가 ‘장자연 리스트’ 속 이름 폭로하지 않는 이유

입력 2019-03-16 14:53
윤지오 인스타그램

성접대를 강요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장자연의 동료이자 사건 목격자인 배우 윤지오가 성 상납 문건인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속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를 털어놨다.

윤지오는 16일 인스타그램에 “비밀은 지키는 것보다 발설하기가 쉽다”면서 “10년 동안 경찰·검찰에서만 진술했고 함부로 고인의 이름조차 언급하지 않고 가슴에 묻어두며 살아왔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많은 분과 언론이 주목하는 리스트에 언급된 인물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성명을 밝히지 못한 것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진술을 하기 위함이었고 앞으로도 언제 끝날지 모를 장기간의 싸움에 대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목격자이며 증인인 저는 피의자로 순식간에 탈바꿈할 것이고 그들은 그럴 힘을 가졌다”며 “저는 더럽게 돈을 갈취하고 착취해온 그들을 위해 1원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윤지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집중 조명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이 묻는 말은 늘 동일하다”며 “제 인생을, 제가 짊어진 무게를 대신 감당하고 희생해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시청률과 클릭 수에 현혹돼 자극적인 보도를 하는 몇몇 언론매체와 기자들을 경멸한다”고 덧붙였다.

또 “리스트의 인물을 밝혀내야 할 사람은 증인이 아니다”라며 “수사 과정을 통해 밝혀내야 하고 그럴 수 없었던 부실 수사를 반성하고 재수사해야 합당하다”고 강조했다.

‘장자연 성접대 사건’은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의 유서에서 시작됐다. 유서에는 “나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라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고백과 함께 성접대를 강요한 이들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그 안에는 대기업 회장, 기자, PD, 언론사 사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이 일었다.

윤지오는 그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익명으로 이 사건을 증언했었다. 그러다 지난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처음으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채 등장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