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폼페이오 장관 “북한과 협상 계속할 수 있길 희망”…北 강수에도 대화의 문 열어놔

입력 2019-03-16 11:30 수정 2019-03-18 13:24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뉴시스

미국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일부 제재를 해제하라’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현재 대북 제재를 해제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국은 여전히 제재 해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지만 대화의 문은 열어놨다. 북한은 상응조치가 없다면 비핵화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강수를 던졌다. 양측의 장외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이 추구하는 안전과 발전을 성취하는 유일한 길은 대량살상무기(WMD)와 운반수단의 포기라는 것을 북한에 강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들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또 “미국은 비핵화와 병행해 북·미 관계를 완전히 바꾸고 한반도에 영구적이며 안정된 평화 체체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과 그리고 전 세계를 위한 밝은 경제적 미래를 만들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행하게도 북한은 그런 조치를 취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한은 미국과 협상할 의도가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과 협상을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에서 여러 차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핵실험도, 미사일 실험도 재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과 대회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보도된 최 부상의 발언을 봤으며 (북한은) 향후 협상을 이어나갈 가능성은 열어두었다”며 “우리가 북한과 계속해서 비핵화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은 미 행정부가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나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재개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미국의 입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때와 동일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때도 핵무기·핵물질은 물론 미사일과 생화학무기까지 포함한 모든 WMD 폐기가 비핵화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후 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비핵화 ‘일괄타결 빅딜’이라는 미국 측의 입장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앞서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시사하고 나섰다.

최 부상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외교관 및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상은 또 “미국이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핵 실험 중단 등 북한이 취한 변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타협하거나 대화를 계속할 생각이 없다”면서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지, 그리고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중단을 유지할지 등을 곧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양측의 비핵화 협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재개는커녕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북한이 협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하면서 북·미 간 장외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 협상판을 실제로 깰 의도는 적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상의 협상 중단 시사는 미국이 제재 해제 불가와 비핵화 ‘일괄타결 빅딜’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자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과거 영변 핵사찰에 관여했던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앞선 과정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반응을 탐색하는 지금까지의 북한의 협상 각본과 다르지 않다”며 “북한은 부분적이고 단계적인 비핵화에 대한 주변국들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한편, 6자회담 등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각본대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으로 위협해 아주 초기부터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WMD 조정관도 북한의 입장을 수용하라는 미국에 대한 압박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