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올라 매물 늘어날 거라는 정부… “서울 집값은 더 오를 것”

입력 2019-03-16 04:00

정부가 예고한 ‘핀셋 인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의 공동주택 1300만 가구의 공시 예정가격을 산정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기조는 확실하게 반영됐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거나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동작구 등이 주요 대상이었다. 지방도 일부 지역이 포함됐다.

공시가가 오르면서 보유세 등 세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다주택자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보유세가 늘어나 집을 팔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세무사)은 15일 “지난해 공동주택 보유자들은 집값 상승을 경험하면서 집은 갖고 있을수록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세금 때문에 집을 파는 사람은 적을 것으로 봤다.

전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9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에 따르면 서울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평균 14.17%로, 전국 평균(5.2%)을 웃돌았다.

자치구별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기대감이 높아 강북3구로 불리는 마·용·성의 상승률이 눈길을 끌었다. 용산구가 17.98% 올라 서울의 25개 구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흑석·노량진 뉴타운사업 등이 예정된 동작구는 17.93%로 뒤를 이었고 마포구는 17.35%, 영등포구는 16.78%, 성동구는 16.28%로 5위권을 형성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집값 급등의 근원지로 꼽혔던 강남4구는 평균 15.41% 상승률을 보였다. 서초구는 16.02%, 강남구는 15.92%, 송파구 14.01%였고 강동구는 15.71% 등을 기록했다.

이를 적용해 보면 용산신계 e편한세상의 전용면적 84.21㎡형은 2017년 5억7700만원에서 지난해 6억37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10.40% 올랐다. 그러나 이번에 공시지가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34.38% 상승한 8억5600만원이 됐다. 해당 주택의 소유자가 만59세 이상이고 5년 이상 장기 보유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보유세는 지난해 22만원(19.08%) 올라 161만원을 내던 것에서 올해는 48만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내야 할 총 보유세는 약 209만원이다.

마포래미안 푸르지오(84.59㎡)의 공시가는 지난해 6억8000만원이던 것이 8억4800만원으로 24.71% 올랐다. 보유세도 23만4600원에서 50만1800원으로 30% 올랐다.
보유세 상한폭인 50%까지 오른 곳도 있었다. 용산 푸르지오써밋의 189㎡는 보유세가 지난해 626만 원에서 올해는 상한폭인 50% 오른 939만 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집을 많이 가질수록 세 부담은 더 커진다. 서울에서 2주택을 가진 사람은 전년도 납부세액의 200%까지,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0%까지 보유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잠실 주공5단지 한 채만 가졌다면 지난해보다 87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면 되지만 여기에 서울 아파트 한 채를 더 가졌다면 보유세는 300만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보유세가 늘어나면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는데 공시가격 인상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지난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주까지 18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 대부분은 정부가 기대한 것이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보유세 늘어난 것이 부담은 되겠지만 집값 상승한 게 훨씬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 감정원 발표대로 최근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시장에선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찔끔 하락’했다. 마·용·성을 중심으로 지난 18주 누적 하락률을 계산해 봤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지난 11일까지 1.43% 하락했다. 마포구와 용산구는 이보다 더 큰 하락률을 보이며 각각 1.77%, 1.7%를 기록했다. 성동구는 0.99% 떨어졌다.

<자료 : 한국감정원>

그렇다면 하락세를 타기 직전 18주 동안 마·용·성 3구의 가격은 어땠을까. 지난해 7월 9일부터 같은 해 11월 5일까지 18주 동안 서울 전체 아파트값은 3.17% 올랐지만 마·용·성의 상승세는 더 높았다. 마포구와 용산구는 각각 3.54%, 3.49% 상승했고 성동구도 3.26% 올랐다.

이를 3억원 짜리 아파트에 단순 대입해 보면 마포구의 경우 최근 18주 동안 550만원 정도 떨어졌다면 직전 18주 동안 1062만원이 올랐다. 지금 당장 아파트를 팔아도 500만원 정도 이익을 보는 셈이다. 보유세가 늘어난 것보다 이득이다.

정승조 우리은행 Tax컨설팅센터 세무사는 “100만 원이던 세금이 2배 증가했더라도 세금 증가액 100만 원 때문에 당장 (집을) 매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갭투자를 목적으로 무리하게 대출해 집을 샀다면 대출이자에 보유세 증가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현금 자산은 없고 주택만 보유한 노년층의 경우도 보유세 부담이 크다.

그러나 지난해 1년 동안 서울의 집값은 6.73%, 2017년엔 5.19%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강남은 더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마포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마다 가격이 달라 쉽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몇억 원씩 오른 상황에서 보유세 몇십, 몇백만 원 올랐다고 집을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