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부자’ 저격하던 박영선, 42억 재산에 ‘저격’당하나…野 “받은 만큼 되돌려줄 것”

입력 2019-03-16 04:00 수정 2019-03-16 04:00


“실무적인 착오가 왜 이렇게 많습니까, 특히 돈과 관련해서. 그리고 사과만 하면 그뿐입니까? 저희는 그렇게 죄송한 총리후보자 원하지 않습니다” (2009년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가 23억원을 차입해 고가의 아파트를 산 것 지적하며) 검사가 되면 23억을 빌릴 수 있습니까? 여기에 대해서 국민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되면 쉽게 꿀 수 있습니까?”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다운계약서를 쓰셨다. 다운계약서를 썼다는 것은 세금 탈루를 했다는 것인데, 세금 탈루는 3년 이하의 징역입니다!” (2012년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했던 발언들이다. 비판 대상이었던 김태호 천성관 김병화 후보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이 확산되자 모두 중도에 사퇴했다. 재산증식 과정에서의 의혹, 도덕적 결함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박영선 후보자는 야당 국회의원 시절 ‘인사청문회 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고액의 재산을 보유한 ‘금수저’ 후보자들은 그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상대 후보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송곳 질문을 날렸고 때로는 재산형성 과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박 후보자의 대역을 세워 리허설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공수가 바뀌었다. ‘화려한 과거’가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박 후보자가 도덕성과 재산 증식 과정에 있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온 만큼, 본인에도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제부 기자 출신인 박 후보자는 ‘재산 검증’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였다. ‘불분명한 채무관계’ ‘차명재산’ ‘세금 탈루’ 등이 그의 전문 분야였다. 작은 부분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았다. 박 후보자는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소득금액과 소비금액이 차이가 많이 난다”며 소득 증빙 자료를 끈질기게 요청했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에는 “아파트 구입 비용이 의심스럽다”며 이를 입증하기 위해 형수까지 증인으로 요청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인사청문 대상자들의 허술한 자료 제출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청문회를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말로 시작할 때가 많았다. 자료 제출 요구도 광범위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후보자는 물론이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금융소득내역서를 요구했다. 당시 천 후보자가 박 후보자의 요구에 “검토 해보겠다”고 하자, 박 후보자는 “여기는 인사청문회다. 인사청문회!”라며 질타하기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에는 수임 건수와 관련된 자료 제출을 두고 청문회 내내 실랑이를 벌였다.

야당 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가 수차례 청문회에서 도덕성을 강조한 만큼 본인도 그에 걸맞은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42억원에 달하는 재산이 집중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본인과 배우자, 시어머니, 장남 명의로 보유한 재산으로 총 42억9800만원을 신고했다. 본인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 단독주택(10억원), 구로구 소재 오피스텔 전세권(3억4000만원), 예금 10억4900만원 등 총 24억2500만원을 신고했다. 박 후보자의 배우자는 총 17억8300만원을 신고했다. 여기에는 도쿄의 강남이라 불리는 미나토구 소재의 아파트, 특권층의 사교클럽으로 알려진 서울클럽의 회원권도 포함돼 있다. 야당 청문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가 벌써부터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박 후보자는 개각 발표 직후 배우자의 종합소득세 2281만원을 뒤늦게 납부해 ‘지각 납부’, ‘세금 탈루’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자 측은 “2013년 (남편) 이씨가 일본에 있는 로펌에서 일했고, 발생한 국외 소득을 국내에 신고하지 않았던 것을 뒤늦게 확인해 납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일본 본사에서 급여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 국내 소득을 추가로 신고하면서 세금을 냈던 것”이라며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낸 것이라 다시 돌려받아야 한다”고 정정했다.

박 후보자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김 후보자에게 “저는 82년도에 MBC에 입사해 지금까지 재산을 어떻게 불렸는지 다 소명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3월 마지막 주에 열린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