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하락폭이 커졌다. 투자심리가 이미 마를대로 마른 상황에서 14일 공시가격 인상,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안’ 등이 발표되자 호재보다는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집값 하락세가 길어지는 가운데 공시가격은 올라가면서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을 양손에 쥔 다주택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부동산114가 15일 공개한 주간 아파트 시장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8%로 전주(-0.04%)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가 0.22% 떨어지면서 낙폭을 키웠다.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했고, 혁신안으로 인한 정비사업 공공개입이 확대될 경우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추가 조정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부동산114는 “일반 아파트 시장은 입주쏠림 지역 중심으로 매물이 소진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림세가 커졌다”며 수요자들이 주택 구입보다 전세 위주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그간 약세가 확대됐던 전세가격은 서울이 -0.02%, 경기·인천이 각각 -0.07%, -0.05%의 변동률을 기록하는 등 전주 대비 일제히 하락폭이 축소됐다.
공공주택 공시가격이 뚜껑을 열자 막상 지난해 인상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는 예상보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보유세냐 양도세냐의 기로에 선 다주택자나 투자 목적으로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갭투자자들의 계산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9·13대책 이후 집값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공시가격 재조정 전까지 추가 가격조정 폭이 커지고, 거래실종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 세 부담은 한층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가 상한까지 올라 당초 지출 계획보다 더 많은 비용부담이 수반되면 투자 목적 갭투자의 경우 결국 주택 처분을 결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주로 갭투자가 몰렸던 곳이나 입주물량 공급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는 위축 지역의 집값 하방 압력이 가중될 전망”이라며 “조세 부담의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인기지역이 아니거나 보유가치가 높지 않은 주택의 매도가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을 대상으로 한 ‘조세 포위망’이 역설적으로 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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