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 강성태가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장을 낸 가운데, 유명 공무원 시험 강사가 우려를 표했다.
강성태는 최근 “공무원 시험에 도전합니다”라는 제목의 아프리카 TV 생방송을 진행했다. 강성태가 운영 중인 온라인 채널 구독자 중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 비중이 늘었고, 강성태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강성태는 이 방송에서 “가장 낮은 난도의 시험부터 시작할 것이며, 공시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당연히 오답을 찍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강성태가 9급에 도전한다’는 단편적인 내용만 담은 캡처 사진들이 여러 관련 커뮤니티로 퍼져 나갔고, 공무원 시험 관련 카페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절박한 심정으로 9급을 위해 오랜 시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는 게 주된 이유다.
한 공무원 시험 강사 A씨는 공시생 관련 카페에 강성태의 9급 도전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유튜버 강성태라는 분이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다는 글을 봤다”며 “인성의 기본은 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할 말과 행동을 애초에 하지 않는다. 그러니 주변에서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이것도 타고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좋은 부모 밑에서 올바른 교육을 받으면서 키워나갈 수도 있다”며 “강성태씨가 이번에 한다는 도전이 성공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커리어 하나 더 쌓아 올리는 것이겠지만 전국 수십만 공무원 수험생들은 누군가가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는 시험을 몇 년간 매달리는 멍청이로 전락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A씨는 “강성태가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서울대 졸업생은 1달 정도 만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험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공시생을 바보 만드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며 “강성태씨가 도전을 선언했을 때 이런 결과에 대해 인지조차 못 했으면 수능을 보는 그 나이에 사고가 머물러 있는 것이고, 인지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서울대학교 출신 중에 강성태씨보다 더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입학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분들이 자신의 시험 보는 기술을 강성태씨처럼 타인의 노력을 조롱거리로 만드는 데 쓰고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적었다. 그는 “강성태씨는 정서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셔야 한다”며 “삶이 수능 성적표 받은 그 날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수험 관련해서는 조력자까지만 역할을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0~23일 접수된 국가공무원 9급 공채(4987명 선발) 시험에는 19만5322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39.2대 1로 지난해보다 소폭 낮아졌다. 지난해 지원 인원은 20만2978명(4953명 선발)이었으며 평균 경쟁률은 41대 1이었다.
4350명을 뽑는 행정직군에는 17만1562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9.4대 1이었고, 교육행정(일반) 직군이 60명 모집에 1만292명이 지원하면서 경쟁률 171.5대 1로 가장 높았다. 기술직군은 637명 선발에 2만3760명이 원서를 내 3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역 중에서는 일반행정 부산 지역의 경우 4명 모집에 862명이 지원해 21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 평균 연령은 29.0세였다. 20대가 61.34%로 가장 많았고 30대 31.2%, 40대 5.5% 순이었다. 50세 이상은 0.6%였다. 전체 지원자 중 여성 비율은 54.6%였다. 9급 공채 필기시험은 다음 달 6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동시에 실시된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