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이 보이는 짧고 가벼운 상의인 ‘크롭톱’을 입은 여성에게 ‘기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환복을 요청한 항공사가 뭇매를 맞고 있다.
영국 버밍엄 출신 에밀리 오코너(21)는 지난 2일(현지시간) 휴가를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그는 영국 토마스쿡 항공 여객기를 타고 지중해로 떠날 예정이었다.
에밀리는 어두운색 크롭톱에 주황색 팬츠를 입었다. 그는 보안 검사, 여권 검사를 무사히 마친 뒤 기내에 탑승했지만 쫓겨날 위기에 놓였다. 승무원들이 ‘기내 복장 규정’을 근거로 환복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들은 에밀리의 복장이 너무 야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의 옷차림이 기내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승무원들은 에밀리에게 “겉옷을 입으라”고 요구했다.
에밀리가 “부적절한 복장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적절한 복장에 대한 규정은 없지 않느냐”고 항의했으나 소용없었다. 에밀리에 따르면, 소란이 빚어지자 근처 한 남성 승객이 그를 향해 성적인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저지하기는커녕 “복장 규정을 지켜달라”는 안내방송까지 하면서 환복을 강요했다.
에밀리는 “주변에서 날 조롱하는 것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내 옷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내가 재킷을 걸치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에밀리는 사촌에게 재킷을 빌려 입은 뒤에야 여행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승무원들이 돌아간 후 에밀리는 주위를 둘러봤다. 한 남성 승객은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제지당하지 않았다.
에밀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수치심과 분노가 들어 몸이 떨렸다”며 “범죄 유발 복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당시 상황을 적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무엇을 기준으로 여성 승객의 복장을 판단하느냐”며 “적절한 복장에 대한 기준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에밀리의 글은 빠르게 전파됐다. 전 세계 외신도 그의 주장에 집중했다. 이후 항공사의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3일 토마스쿡 측은 “항공사 대부분 우리처럼 복장 규정을 갖고 있다”며 “남녀 구분없이 모든 승객에게 같은 규정이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토마스쿡 항공 복장 규정에는 “공격적인 슬로건·이미지가 담긴 부적절한 복장은 환복 후 탑승이 가능하다”고 적혀있다.
에밀리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같은 복장을 입었지만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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