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29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 한진칼 이사회는 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의 주주제안에 대해 “상정은 하되 서울고등법원 결정이 번복될 시 안건에서는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며 힘겨루기를 이어갔다.
한진칼은 14일 서울 소공로 한진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제6기 정기주총을 29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사 선임건 등 주요 주총 안건도 결정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현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 등에 따라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주인기 국제회계사연맹 회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대 교수, 주순식 법무법인 율촌 고문,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영민 변호사 등을 추천했다. 이 중 조 교수와 김 변호사는 KCGI가 사외이사로 추천한 인사다. 또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석태수 대표이사 사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그룹과 연관 없는 독립적 인사들로 사외이사 후보를 구성했다”며 “특히 현 이사회가 그룹 지배구조 및 투명경영 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을 반영해 공정거래·회계·금융·정책 분야 전문가로 후보를 추천했다”고 강조했다.
KCGI 측의 주주제안은 조건부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KCGI는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2대 주주에 오른 뒤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회 위원 2인 선임, 사내이사 1인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 상정을 요구해왔다. 특히 석 사장의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한진칼 이사회는 이같은 KCGI의 제안을 일단 주총 안건으로 올리지만 서울고법에서 결정이 번복될 경우 안건에서 최종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자신들의 주주제안을 한진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인용하는 판결을 냈다. 하지만 한진칼이 이에 불복 항고하면서 2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2심 판결이 나오지 않자 한진칼 측은 우선 조건부 상정이라는 타협점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KCGI는 “한진칼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KCGI의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한진칼 경영진은 막대한 회사자금을 낭비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주주총회 상정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진칼이 석 사장 교체 요구를 거부하고 사내이사 연임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주총에서 한진과 KCGI 간 본격 표 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KCGI 역시 주총 전까지 한진그룹의 개선안을 평가하고 미수용 요구에 대해서 압박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진칼을 비롯한 그룹사 주총을 앞두고 외부세력과 힘겨루기가 가시화되면서 주주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과열되는 분위기다. 이날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여하는 오픈카톡방에는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 연임을 위해 직원들에게 주주의결권을 위임해 달라는 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팀장급 직원들이 승무원 등 팀원들을 설득해 위임장을 작성하도록 회유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해 성명서를 작성한 직원은 “주주의결권 위임은 회장 일가에 또다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의결권 행사 권리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