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 중인 ‘재벌 저격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다시 한 번 재벌을 언급하고 나섰다. 삼성·현대차 등의 재벌기업이 과거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점을 들며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는 메시지를 재차 꺼내들었다. 그러면서 비판을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독점 구조를 형성한 재벌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국제 공조를 통해 공정한 거래 선상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9차 독일 국제경쟁회의’에 참석해 한국 상황에 대해 발표했다. 국제경쟁회의는 경쟁법 분야에서 손꼽히는 국제회의다. 위상에 걸맞게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전 세계 60여개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큰 것이 좋다’는 믿음에 한국에서 탄생한 재벌 기업들을 예로 들었다. 김 위원장은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부 장관이 염두에 둔 한국 기업들은 아마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일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한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모든 한국인은 이 기업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도 ‘모든 한국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만큼 재벌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서 재벌에 대해 유화적으로 발언한 것은 지난 12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제경쟁정책 워크숍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나는 재벌을 좋아한다”고 발언했었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했지만 옹호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비판도 이었다. 김 위원장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형성을 저해했다”며 “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과거 전통적인 산업과 달리 네트워크 효과 등으로 승자독식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국제경쟁법 커뮤니티를 통해 경쟁당국들이 공동 대응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