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 작은 마을을 지나다가
고깃집 담벼락에
예술적으로 쌓인 연탄을 발견했어요.
마침 그 앞이 버스정류장이라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죠.
어찌나 예쁘게 쌓아 놓았는지
제 눈엔 예술작품 같아 보였어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올랐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보니 마지막까지
다 내어준 모습이 예뻐 보였어요.
오래 보니 제 몫을 다한
연탄의 모습이 사랑스럽게 보였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다.’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럽다.’
'있는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나는 그렇다.’
내 머리에 내 손을 얹고
토닥토닥해주던 일이 생각나네요.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우리는 매 순간 느끼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어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받은 사랑을 전하는 일은
내 삶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말랑말랑 부드럽게 합니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얼굴은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습니다.
이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