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업체들이 국내 금융·의료·교육산업 등에 전방위 진출을 추진한다.
한글과컴퓨터(한컴) 그룹은 중국 AI 음성인식 기업 ‘아이플라이텍’과 합작법인 ‘아큐플라이 AI’를 설립해 AI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은 “핀테크 등 많은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중국에서 제 3세계까지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샤오루 아이플라이텍 총재도 “한국 스마트시티·교육 사업 등을 발판으로 국제 시장으로 뻗어 나갈 것”이라며 거들었다.
아큐플라이 AI는 금융·교육·의료 업계부터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사용될 자체 ‘AI 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예컨대 소비자 상담을 맡는 AI인 ‘콜봇’ ‘챗봇’ 기능 등을 플랫폼에 담아 금융사에 판매한다. 자율주행차에 맞는 음성인식 기능을 담은 플랫폼을 완성차에 탑재할 수도 있다.
아큐플라이 AI는 삼성전자의 ‘빅스비’나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와 AI 플랫폼 패권을 놓고 경쟁할 계획이다. 기존 ‘빅스비’나 SK텔레콤 ‘누구’ 등 타사 AI 플랫폼에 ‘통·번역’같은 특정 서비스를 제공하던 한컴의 사업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다. 플랫폼을 통해 얻은 고객 데이터는 한컴과 아이플라이텍 측이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아큐플라이 AI는 국내 규제상황에 따라 의료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아이플라이텍의 중국 의사 면허증 시험 통과 로봇 ‘샤오이’의 기술력과 음성인식 전자차트 입력 기술, 세계적인 정확도를 가진 영상 분석 기술력 등을 응용할 방침이다.
아이플라이텍은 중국 정부가 꼽은 4대 중국 AI 기업에 속한다. 한컴은 “아이플라이텍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유명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이라며 “또한 중국이 음성인식 플랫폼 강자로 키우고 있는 업체”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달 중국의 AI 안면인식 업체 센스타임도 한컴 자회사 한컴MDS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시장진출을 본격화했다. 센스타임의 기술 역시 국내 보안·금융·스마트폰·로봇·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국내 AI 시장은 국내 전자·통신·포털 업계와 구글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플라이텍 진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미풍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반면 국내에서 미·중 AI 주도권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한컴 관계자는 이날 “중국은 세계 AI 분야의 신흥 강자”라며 “특허·기업·인재 수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치켜세웠다. 구글 역시 지난 6일 국내에서 자체 AI 혁신 사례 등을 소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국내 시장은 통신 인프라·시장 등 ICT 생태계가 잘 갖춰져 AI 산업의 요충지로 꼽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