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 자신이 낸 보험료조차 돌려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최저임금 노동자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적으로 사업주에게 보험료 납부를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소규모 자영업자는 “당장 지불할 임대료조차 없다”며 현행 50%인 납부 비율에 불만을 토로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13일 공동주관한 ‘국민이 말하는 국민연금 개혁’ 집담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로 나온 정진건씨는 “지금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로 600만원 정도 냈는데 사업주가 절반을 내지 않아 내가 낸 보험료마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직장가입자는 9%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고 이 중 절반인 4.5%를 사업주가 내도록 돼있는데 이 4.5%가 납부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정씨는 사업주에게 보험료를 징수하려고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를 잇따라 찾았지만 자신이 낸 보험료마저 받을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는데 사업주가 내지 않은 돈이라도 먼저 다 받아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을 책임진다는데 내가 낸 돈도 못 받는 상황에서 정부가 뭘 책임진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런 피해를 본 사람은 정씨뿐만이 아니다. 광주에서 올라온 최저임금 노동자 조용곤씨는 “나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사업주가 보험료를 내지 않은 데 대한) 처벌조항이 없더라”며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장가입자 대표인 김서희씨도 “전 회사에서 6개월치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동조했다.
마포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김동규씨는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성실하게 직원들의 보험료를 내고 있지만 사실 매출이 급감하면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 해결하기도 급급하다”며 “매출이 연간 수십조원 나는 대기업이나 우리같이 근근이 자영업 하는 사람이나 (사업주) 부담률이 50%로 같은데 가능하다면 이 구간을 조정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로 나선 이은주 중앙대 사회복지학 박사는 “고용주의 부담을 국가가 일시적으로 부담해주는 정도의 개입으로는 국가의 (지급)책임을 보여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소규모 사업장에 보험료를 지원해주는 현행 두루누리 제도는 사업주의 보험료 미납 내지 국민연금 미가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단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 조항이 문제인지 징수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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