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제소에도 ‘나다르크’ 효과에 미소 짓는 나경원?

입력 2019-03-13 16:39 수정 2019-03-13 16:4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됐다.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말한 것이 국가원수 모독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이번 연설 논란을 계기로 보수 지지층이 결집하고 대여 투쟁 동력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수층 일각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성(姓)과 15세기 프랑스의 여전사 잔 다르크 이름을 합성해 ‘나다르크’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을 나서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당시 한국당 의원과 사무처 당직자들은 ‘나경원’을 연호하며 개선장군을 맞이하듯 그를 반겼다.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정국은 얼어붙었지만 당내에서 나 원내대표의 입지는 더욱 굳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당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계기로 대여투쟁의 중심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어제 태도를 보면서 과거 민주당이 어떻게 했는지 반성해 보라는 말씀을 드린다. 이해찬 대표가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을 한 것은 왜 지금 정부가 좌파독재인지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 중진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나 원내대표를 엄호하며 나 원내대표를 윤리특위에 제소한 민주당을 성토했다.

한국당은 오후에도 ‘민생파탄 좌파독재 정권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투쟁 분위기를 높이는 한편, 나 원내대표에 대한 제소 대응 차원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홍영표 원내대표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키로 했다. 나 원내대표가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로부터 ‘막말’ ‘우경화’ 등의 비난을 들었지만, 보수층 안에서는 역으로 이 사건을 계기로 나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보수가 뭉치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줄곧 나 원내대표를 향해 나온 ‘돌파력이 아쉽다’는 평가도 이번 연설을 거치며 어느 정도 만회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나 원내대표는 줄곧 의욕적으로 대여 투쟁에 나서왔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우왕좌왕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5시간 반 릴레이 단식 농성’과 ‘빈손으로 끝난 대검찰청 항의방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나 원내대표가 연설 당시 민주당 의원들의 야유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연설을 이어간 것에 대해 한 재선 의원은 “결기를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 앞에는 선거제도 개혁안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여야 4당의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공조에 대한 대응 전략이 향후 나 원내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 연설을 계기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양당이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민생 문제가 아닌 본회의장에서의 표현을 갖고 싸우며 ‘적대적 공생관계’를 입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