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이른바 ‘좌익활동’ 경력으로 독립유공자 포상을 보류했던 298명에 대해 재심사를 실시하는 등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공적발굴 사업을 진행키로 했다. 아울러 기존 독립유공자 1만5180명의 공적을 전수조사해 친일 행위가 확인되면 서훈을 취소하기로 했다.
보훈처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업무보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보고했다. 보훈처는 광복 이후 좌익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포상이 보류됐던 298명과 수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3133명을 포함한 2만4737명을 재심사할 계획이다. 이들에게는 사회주의 활동 경력자도 포상할 수 있도록 지난해 새로 마련한 심사기준을 적용한다. 이 심사기준은 사회주의 활동 경력이 있더라도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 기여하지 않았을 경우 포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가 독립유공자 선정을 권고했던 약산(若山) 김원봉(1898∼1958·사진)은 북한 정권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로 이번에 재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김원봉은 1919년 12월 의열단을 조직해 일제 수탈기관 파괴와 요인 암살 등 항일운동에 앞장섰다. 42년 광복군 부사령관, 44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 및 군무부장 등을 지냈다. 48년 월북해 그해 8월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기 대의원이 됐으며, 같은 해 9월 국가검열상에 올랐다. 노동상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정권 고위직을 지냈으나 58년 김일성에 반대한 옌안파(延安派) 제거 때 숙청됐다.
보훈처는 올해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 발굴에 힘을 쏟기로 했다. 여성과 의병 활동 참가자 등 1892명을 대상으로 공적심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병구 국가보훈처 차장은 “그동안 독립운동가 평가에서 소외됐던 여성과 학생 등을 적극 발굴해 대대적인 재평가와 포상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독립유공자를 가려내는 사업도 본격화된다. 보훈처는 비교적 심사가 미흡했던 1976년 이전에 선정된 독립유공자 587명에 대한 공적 검증부터 실시할 방침이다. ‘독립유공자 공적검증위원회’를 꾸려 공적의 진위뿐 아니라 친일 행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해 오는 7월 1차 조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보훈처는 중국 랴오닝성 다롄시 뤼순(旅順)감옥 인근 묘지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중근 의사 유해를 북한과 공동발굴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한 남북 공동학술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밖에 보훈처는 일제강점기 3대 독립운동으로 꼽히는 6·10만세운동에 대한 국가기념일 지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